중간중간 팥앙금 넣고 위엔 콩가루 크럼블 얹어 쑥 파운드 구웠다.
조합이 아주 좋다. 생각보다 쑥 맛이 별로 안났지만 그래도 충분히 맛있었다.
어디고 사람들이 꽉꽉 차있었다.
주말에 서촌은 오랜만에 가봤는데 세상 세상 온통 힙한 사람들 다 모인 분위기였다.
근사한 가게들도 엄청 많이 생겼더라.
근사한 식물을 봤다. 이파리도 반짝반짝하고 예쁘고 꽃도 아기자기하다.
저 개 왜이렇게 무릎 세우고 앉은 시어머니 느낌이지.
작품성은 필요없고 가볍고 유쾌한 로맨틱 코메디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마구마구 볼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제목도 기억안나는 어떤 영화 여자주인공 네일이 너무 맘에 들어서 같은 색을 찾아보려고
애썼는데 쉽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몇년이 흐르고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네일색이 꽤 비슷한것 같아서
맘에 꼭 든다. 저 색은 점잖은 차림새엔 어라? 저 여자 일 밖에 모를 줄 알았는데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네?
하는 느낌을 주고 캐주얼엔 발랄하게 잘 어울려서 좋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도 내 손톱에 관심없음.
⬇⬇ 이게 그 네일.
갑자기 진한 디저트가 먹고싶어졌다. 그리고 명확하게 원하는게 있었는데 그게 갈레뜨 데 후아
폰디체리 베이커리엔 그걸 가끔씩 구워놨었다. 그때 난 그게 되게 지루한 디저트라고 생각했더랬다.
아무튼 그걸 만들어보려고 유튜브로 영상을 여러개 봤는데 정말 엄청 손 가는 디저트였다.
그러다가 여러가지 절충안을 생각해냈는데 아래와 같다.
1. 뺑 오 레쟁
패스츄리에 커스타드 크림하고 건포도 듬뿍 넣고 돌돌 말은거.
폰디체리에선 이걸 살사번이라고 불렀었다.
그땐 그냥 그런가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좀 이상하다.
번이라는건 작고 동그란 빵인데 이건 동그랗긴 하지만 번의 개념은 아닌데 말이다.
2. 피스타치오 에스까르고
안먹어봤는데 먹어보나마나 맛있는 고급 빵이다.
뺑 오 레쟁하고 거의 같은데 커스타드 크림 대신 피스타치오 크림이 들어간다.
3. 아몬드롤
이건 그냥 피스타치오 에스까르고 대체로 생각해봤다.
피스타치오 크림대신 아몬드 크림을 듬뿍 넣어 구우면 되겠지.
절충의 절충과(재료 등의 문제로) 브레인 스토밍을 통한 결과,
버터가 잔뜩 들어간 빵과 갈레뜨 안에 들어간 아몬드 크림도 먹을 수 있는 아몬드롤이 당첨되었다.
⬇⬇ 왼쪽이 에스까르고 오른쪽이 뺑 오 래쟁
https://www.sauleats.com/posts/du-pain-et-des-idees
크로와상 반죽 밀기가 너무 힘들던게 생각나 여러가지를 찾아봤다.
밑반죽을 넓게 펴서 중간에 네모나게 모양잡은 버터를 얹고 다시 반죽으로 덮은 후 미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실온에 놔둬서 말랑해진 버터를 반죽에 넓게 펴바른 후 미는 방식이 더 쉽다고 해서 그렇게 해봤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하는지 몰라도 난 자꾸 반죽이 얇아지고 찢어지면서 거기로 버터가 자꾸 튀어나오는게 문제.
이번에도 쉽진 않았는데... 발효시켜놓고 보니 나름 결이 잘 산듯하다.
뒷면을 보면 결이 나름 괜찮다.
원래 레시피보다 버터를 좀 줄였는데도 충분히 진덕했다.
매년 이모가 밤을 왕창 보내준다.
딴건 몰라두 밤선물은 좀 귀하게 느껴져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택배로 좀 보냈다.
지난 번 포스팅에 썼던 여왕벌처럼 구는 여자 상무랑 퇴근길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쳤는데,
다음주에 점심이나 같이 한번 해요. 이러는게 아닌가.
전에 어떤 건에 대해서 내 직속상사(헤즐넛 김상무)랑 논의 한 결과 내가 직접 설명하는게 낫겠다고 하여
임원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맘에 안들었는지 끝나고 근처 까페에 불려가서 1시간 가량
설교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내 직속 상사한테 보고해서 그렇게 하라고 지시 받았다고 하는데도,
나보고 상사가 그런 결론을 내릴 땐 그건 아닌거 같다며 다시 상사를 설득했어야 한다고 하길래, (??)
내가 굴복하길 바라는구나 싶어 제가 그랬어야 했는데 못그랬습니다. 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뭐 또 맘에 안드는게 있나 싶어서 무서웠다. 근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최근에 그 여왕벌 부서의 직원한명이 그만둔다고 했는데, 사유인즉 여왕벌이 일을 너무 많이 시킨다고 했단다.
부서 속사정이야 자기들이 제일 잘 알겠지만, 그 부서는 문제의 여왕벌 상무가 새로 들어온 뒤 아직도 자리를 못잡고
있었고, 부서원들의 업무 미숙으로 타부서와의 업무 협조가 안되서 좋은 소리도 못듣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만둔다고 한 직원은 내가 느끼기에도 업무가 굉장히 미숙한 수준이었다.
나같으면 창피해서 사유가 내 상사요 라곤 말 못할것 같은데, 이게 말로만 듣던 MZ세대인가 싶었다.
여왕벌도 잘한건 없었다. 한시간씩 세워놓고 잔소리 하는건 기본이고, 별것도 아닌 결재건을 가지고 6~7번씩
돌려보내고 그랬단다. 그런 이유로 이전에도 한 2명 정도가 퇴사를 했고, 급기야 세번째 퇴사자가 나오게 되니
회사는 이건 여왕벌의 문제라고 생각하여 여왕벌이 그만두는 것으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여왕벌은 나에게 마지막 점심을 하자고 한 것이었다.
이제 초년생도 아니고, 그렇다고해서 완연한 중년도 아닌 입장에서 두사람 다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나도 초년생때 별볼일 없는 잡무만 보는게 기분 나빠서 주제도 모르고 회사를 관둔적이 있었다.
아랫사람이 생긴 지금은 내가 원하는 만큼 따라와주지 않는 직원이 밉다.
심지어 그 직원이 자기 능력을 스스로 과대평가하며 억울해 할 땐 기가 찰 때도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언제나 더 좋은건 '젊음' 이라서 나는 그 직원보다 나이든 여왕벌이 좀 안쓰러웠다.
게다가 여왕벌의 퇴사가 결정되고 그 소식이 은밀히 퍼지기 시작하자 임원들은 '손절'을 시작했는데,
그게 너무 비열하고 한심해서 더 여왕벌이 측은했다.
김상무는 나에게 그녀의 퇴사소식을 '난처한 듯' 전달하며 말하길,
' 그 여자가 원래 업계에서 소문이 안좋았어, 난 이미 알고 있긴 했어...'
그 여자한테 잘 보일려고 '헤즐넛 커피'를 주문하던 병신새끼가.
여왕벌과 나는 튀김덮밥집에 가서 장어덮밥을 시켜놓고 앉아 어색하게 밥을 먹었다.
그러다가 여왕벌이 자기가 이번주까지만 하고 그만두게 되었다고 말을 하는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담담하게 말하는 게 문득 슬퍼져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 흘렀다.
여왕벌은 자기의 퇴사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지 모를테니
우는 내가 속으로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내가 떠날 때 누군가가 울어준다면 고맙겠지만,
과연 그 때의 눈물이 그렇게 받아들여 졌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사회의 (참을만은한) 비합리적인 일들을 조금도 용납하지 못하고 개처럼 물어뜯던
내 어린 시절은 이제 어느 정도 지나갔다.
그대신 나는 그 비합리적인 일들에 상처받은 마음들을 보듬어 주는게 도리 일 듯하다.
아직 자신은 없지만, 내년쯤 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37세!!!!)
오랜만에 친구랑 만나서 서촌에서 보리밥이랑 들깨 수제비 먹었는데 놀랍도록 양이 적었다.
이 날 만난 언니가 당한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 내 얘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면서 천천히 먹었더니 배가 부르긴 했다.
엄청나게 힙한 수제맥주집에 갔는데 주인분이 너무나 친절하셔서 이상할 정도였다.
맥주맛도 분위기도 좋았다.
언니는 어느 때처럼 나한테 빵을 안겨주었다. 봉지째 받아들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먹을려고 봉투에서 빵을 꺼내는데 언니의 에어팟이 있었다. (ㅋㅋㅋ)
언니가 찾느라 허둥지둥 했을까봐 얼른 에어팟 나한테 있다고 연락했는데 다음날에야 답장이 왔다.
자긴 그날 너무 피곤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기절하듯 자고 지금 일어났단다.
언니가 퀵 보내서 내 책상서랍에 있는 간식거리 모아모아 같이 보냈다.
샌드위치가 사자마자 바로 먹으면 더 맛있다며 안타까워 하길래 얼마나 맛있나 했는데,
정말 꽤 맛있었다. 내용물 보면 대단한거 들어간것도 아닌데 희안하게 맛있더라.
저렇게 기공이 가볍고 폭신폭신한 빵 정말 좋다.
에어프라이어에 바짝 구우면 아주 구수한게 꼭 누룽지같다.
주말 아침에 계란 후라이를 작정하고 4개 해서 저 빵이랑 먹었는데 심플하고 맛있었다.
참고로 계란은 4개를 흡입하려고 했는데 2개 밖에 못 먹었다.
아몬드 크림도 좀 남았고, 추석 선물로 들어온 사과도 많아서 애플 파이 구웠다.
가을엔 역시 애플파이지.
아몬드크림도 듬뿍 깔고 사과도 달달하게 졸여 넣었더니 정말 너무나 맛있었다.
난 이런 달달한 디저트는 소서에 담아 작은 포크로 조금 조금씩 먹는게 좋더라.
테레비 보면서 먹는게 행복이었다. 내가 만들었으니 몸에 나쁜 재료는 들어간게 없고,
버터도 질 좋은 버터를 썼기 때문에 바삭바삭한 파이지를 먹는데에는 죄책감이 안들었는데,
달게 졸인 사과에는 어쩔 수 없이 백설탕이 한가득 들어갔기 때문에 좀 그랬다.
고추 사자마자 가을장마 때문에 애를 태웠는데 그래도 어찌저찌 마르긴 했다.
근데 저렇게 허옇게 된 것들이 몇 개 있길래 잘라보니 안에 곰팡이가 슬었더라.
아유 열받아. 그래서 그건 다 자르고 나머지는 보관해뒀다.
라다의 미친 바나나 브레드.
추석 차례상에 쓴 엄청 큰 바나나 두송이가 너무나 과하게 익어버렸다.
당분간 달콤한 빵은 안만드려고 했는데 바나나가 있으면 바나나 브레드를 구워야 하는게 예의.
바나나 흑설탕에 조려넣고, 초코칩도 좀 넣었더니 찐덕한게 아주 맛있었다.
(다 맛있대 ㅋㅋㅋ)
벌초하러 강화갔다. 빈둥대면서 여러가지 꽃을 모아 엮어봤다.
바짝 마른 덩굴을 섞으니 왠지 분위기 있는걸.
생땅콩 삶아먹는건 꽤나 지방색이 있는 방식인가보던데 난 이걸 되게 좋아한다.
강화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꽃게랑 새우사러 대명항 들렀는데 그 옆에 장이 섰길래 이 햇땅콩을 잔뜩 샀다.
생땅콩이라 그런지 알이 얼마나 굵은지 아니 땅콩이 이만하다고?! 할 정도였다.
이거 되게 고추튀김맛이 난다고 해서 궁금해서 사먹어봤다.
오 맛있었다.
엄마 양말 사면서(오른쪽 2개) 내 것도 한개 샀다.
보라색 + 청록색 좋아하는 색 조합. 빈티지하고 아주 내 맘에 꼭 들어.
뺑 오 레쟁(Pain au raisins) -> 여기선 살사번이라고 부르겠다.
원래 올해 내 생일엔 케이크 만들려구 했는데 케이크 별로 맛도 없고 귀찮아서 내가 먹고싶은거 만들었다.
원래 피스타치오 에스까르고도 같이 할려고 피스타치오도 주문뒀는데 일주일째 배송이 안되고 있다.
(아직도 안옴) 아무튼 그래서 살사번부터 만들었다.
유튜브로 여러 동영상을 계속 계속 보면서 시행착오를 최대로 줄였더니 내가 딱 원하는 맛과 모양의
살사번 완성. 커스타드 크림은 생각보다 두껍게, 건포도도 생각보다 훨씬 많이 해야한다.
뜨거울 때 설탕 시럽을 듬뿍 발라줬더니 반짝반짝 한것이 먹음직스럽다.
이거 만들고 접시에 담아 가족들한테 한개씩 돌리면서 이거 내 생일이라 돌리는거라며 갖은 생색은
다 내고 돌아다녔다. 내 쌍둥이 형제에게는 야 이거 우리 생일이라 내가 만든거라고, 알겠어?
친절한 깡패.
미스박이 회사 앞에 와서 봉쥬르 갔다.
여기 주인이 바뀐거같더니 전반적으로 음식도 좀 부실해진 느낌이다.
이런 요거트 전문점 많이 생겼길래 미스박하고 후식으로 먹었는데 정말 별로였다.
뭘 시켰더니 원래 들어간다던 과일이 없어서 청포도 넣어준다고 했는데 그럴만 했다.
허접한 퀄리티 -> 손님 감소 -> 재고 처리의 어려움 -> 더 허접한 퀄리티와 서비스 -> 손님 감소의 악순환
진짜 음식점은 백종원 말마따나 안일한 자세로 임하면 안될 것 같다.
미스박이 전등사 가서 사먹었는데 팥이 잔뜩 들은걸 보고 이건 딱 라다꺼라고 생각해서 사왔단다.
정말 내 취향❤ 맛있게 먹었다.
드디어 피스타치오가 와서 피스타치오를 까서 -> 끓는 물에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
메이플 시럽과 함께 곱게 갈아서 페이스트 만들고 -> 남겨뒀던 커스터트 크림에 섞은 후,
얼려뒀던 페스트리 도우로 드.디.어. 피스타치오 에스까르고 만들었다.
피스타치오는 보통 화이트 초코렛이랑 많이 하던데 이런 페스트리류는 그냥 초코도 많이 쓰길래
있던 초코칩 좀 넣어줬다. 색 좀 봐 아유 고와라.
아 피스타치오맛이 정말 진하고 맛있다.
목요일 밤에 퇴근하고 만든건데 반죽 밀 때 좀 힘에 부친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그날 밤 부터 편두통이 극심하게 찾아와서 다음 날 회사 못갔다. (ㅋㅋㅋ)
편두통이 올만큼 고된(!) 작업이었건만 그 과정이 되게 재밌어서 곧 또 만들거같다.
버터를 좀 줄였는데 이번엔 정량대로 넣고 very rich하게 해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