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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PORTUGAL

[포르투갈] 코임브라에서의 하루, 포르투로 떠나는 날

by Radhaa 2019. 11. 21.

 

조아니나 도서관 정문

 

티켓 끊을 때 알려준 시간에 조아니나 도서관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데, 멋도 모르고 이 정문앞에서 멀뚱 멀뚱 기다렸다.

알고 보니 밑으로 내려가면 들어가는 입구가 따로 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대학교 건물 자체가 앉을 곳이라고는 하나 없었다. 

한시간 반 정도나 구경했을려나, 조아니나 도서관 투어까지 하고 나니

뭔가 해치워야 할 일을 해버린 것 같아 후련한 느낌이다.

게다가 숙소로 돌아갈 때는 내리막길만 있으니까 더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고양이 신사

 

구불구불한 골목기를 내려가는데 하얀 나비넥타이를 한 것 같은 까만 고양이가 있다.

다른 고양이는 몰라도 까만 고양이는 왜이렇게 사람 같은지.

 

구시가지 골목

 

숙소로 내려가는 좁은 골목길 위를 저렇게 손뜨개질 한 니트로 꾸며놨다.

딱히 햇빛을 가릴려는 용도는 아닌 것 같고 그냥 멋으로 해놓은 모양이다.

영화 빅피쉬에 나오는 그런 동네같다. (신발을 매달아놓는 그 동네, 기억잘 안남) 

풍경만 놓고 보자면 여기는 영원히 여름 일것처럼, 늙지 않는 사람들이 살 것 같지만

몇개 있던 식당에선 호호 할매할배가 샌드위치와 포트와인을 팔고 있었다.

 

여유롭게 포트와인이나 홀짝거리며 취했지만 취하지 않은척 돌아다닐 수 있으면 

좋으련만, 조금만 마셔도 얼큰하게 취해버리는 모양새 덕분에 

초딩처럼 달달한 탄산음료 하나 시켜서 잠시 쉬었다. 

나도 밤낮 안가리고 술마시는, 약간 흥청망청하는 색시한 여행자이고 싶단 말이다. 

 

 

메인 쇼핑 거리 

 

어떻게 하다보니 큰 길가로 나왔다. 여기가 이 동네의 가장 메인 거리인가보다. 

심플한 갈색 가죽샌달에 더 심플한 까만 나시 원피스에 베이지색 벙거지를 쓰고

화려한 무늬의 백팩을 맸다. 쿨해보이는 것 같다. (ㅋㅋㅋ)

 

기념품

 

푸른 아줄레르 타일 무늬의 컵을 하나 샀다. 

4유로의 퀄리티는 아니지만, 뭐 그래도 멀리서 보면 나름 이쁘다. 

 

늦은 점심식사

 

맛있는 점심식사가 하고 싶었는데 뭘 먹어야할지 모르겠어서 고민고민하다가, 

몇개 레스토랑을 기웃거렸다. 한 곳에서는 대가족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통에 기가 죽어 

메뉴판도 안들여다봤다. 그러다가 작은 가게 앞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길래 들어갔다.

딱 스페인 애저구이 같은 돼지바베큐다. 

나도 앉아서 한접시 시켰더니 와인을 한잔 하라길래, 그럼 레드와인 아무거나 한 잔 줘 했더니, 

순진해보이던 웨이터가 갑자기 내 얼굴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는 오늘은 화이트 와인이 아주 좋아.

그걸로 하는게 어때? 라길래 그럼 그걸로 해야지 어쩌겠어. 그걸로 줘. 했다.

그는 내가 자신의 색시함에 압도되어 설득된 줄 아는 듯 보였다. 아.니.거.든!

 

오렌지를 한조각 주는 것이 귀여웠다. 

순진해 보이는 화이트와인에 완전 당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씨벌개진 얼굴로 어디 하나 숨을 곳 없이 환한 거리를 걸어야하는 것이 난처했다.

아! 돼지바베큐, 아주 야들야들한게 살살 녹았다.

 

산타크루즈 성당

 

한 겨울에 광화문, 그러니까 세종문화회관 앞 거리를 루미나리에로 꾸며놓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내 나와바리(!)가 광화문이었고, 광화문과 종로거리를 속속들이 아는게 자랑이었던 때였다.

특히 루미나리에로 꾸며져있던 거기를 지날 땐, 두리번 거리며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몇몇

관광객들을 보면서 훗. 나는 완죤 seoulite라고. 하면서 건방을 떨던 때가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건방은 못고치는듯) 

아무튼 시건방의 흑역사 덕분인지, 나는 이런 굉장한 곳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이들 앞에서 왠지

자격지심을 느낀다. 두리번 거리고 싶은데도 쎈척하느라 잽싸게 두리번 거리고 말아버린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올려다보면 저기 위에 숨어있는 달도 보일 것 처럼 투명한 하늘

아래 서있는 산타크루즈 성당은 별로 크지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은데도 압도된다. 

화려한 이목구비보다는 미친 꿀피부로 승부보는 고현정같다. 

 

성당 내부

 

고현정 성당의 내부. 

아줄레르로만 소박하게 꾸며져있는 내부. 

 

어느 가정집

 

숙소 올라가는 길에 저 멀리 개가 꿈쩍도 않고 앉아있길래 뭐 저런 개가 있나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그냥 모형인가보다. 참나.(ㅋㅋㅋ)

멀리서 보면 진짜 같아서 꽤 효과적인 집지킴이라고 생각한다. 

 

오후 3시, 체크인 여자 도미토리

 

지하에 있는 곳이라 그런지 에어컨을 따로 안틀어도 서늘했지만 일단 더우니까 틀고본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바람에 문이 쿵 닫혔다 열렸다 하는 소리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꾸 깼다 잠들었다를 반복하다 짜증이 치솟아 벌떡 일어났다.

잠도 덜 깼지만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채로 화장실을 잠깐 다녀오는데, 

캐니지 같은 머리를 한 외국남자가 지나간다.

눈길도 안주고 쌩하고 지나가길래 속으로 뭐야 쟤는 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아까 그 남자가 이번엔 안녕! 이란다.

뭐지 대체. 설마 아까 거지같아서 말 안시켰던거야...? 

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어서 체념하고 어 안녕. 하고 인사를 하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나는 은근 속으로 바람에 문이 꽝꽝 대는 소리의 원인이 저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 맞다, 문 꽝꽝 거리는 소리는 대체 뭐야? 

그랬더니 외국인들 특유의 오바스러운 표정으로 자기도 그거 때문에 돌아버릴뻔 했다며,

자기를 따라오라길래 가봤더니 옆 집에서 지붕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가 보기에 저 소리 같지는 않은데, 그냥 지가 범인 아닌척 하려고 오바떠는 것 같았다. 

내가 머무는 방 천장이 굉장히 높고,  가장 높은 쪽에 건물 1층보다 좀 높게 창이 나 있었는데

그 창을 통해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게 밤에는 분명히 춥겠다 싶었다.

나는 스텝을 불러서 내가 머무는 방 창문을 닫거나, 아님 담요라도 받아둬야겠어 했더니

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그거 좋은 생각이라며 싱글벙글이다.

고요한 숙소에서 스탭을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의 캐니지는 자기가 닫아보겠다며 난리다. 

 

빨리 해결하고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이 캐니지는 짐승보다는 땡칠이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그럼 한번 시도나 해보자고 했다.

생각보다 창문은 한참 위에 있었고, 이층 침대에 올라가서 닫으려고도 시도해봤지만 어려웠다.

캐니지는 포기하면 쪽팔릴까봐 그러는지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걸 바라보는게 미칠 것 같아서 나는 나름 분위기 푼답시고, 

" 야 내가 엎드릴테니까 니가 밟고 올라가서 해볼래? " 라고 했더니,

진심 결연한 얼굴로, 어! 하는게 아닌가. (ㅋㅋㅋ)

난 정말 웃음이 터져서,

"얘, 너랑 나랑 정말 바보같지 않니? " 라고 했더니, 도대체 어디가 웃기냐는 표정의 캐니지. 

 

차라리 우리의 캐니지가 즘승이어서, 

일단 내 방으로 들어온 다음에는 눈빛이 돌변하고 페로몬을 풀썩 풀썩 풍기면서, 

너 방에 다른 게스트 오기전에 한번 할래? 라는 말을 하는게 나았을 뻔 했다. 

혼자하는 여행에서 만나는 만남의 모양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캐니지처럼 파격적인 경우도 있다.

다행히 스탭이 사다리를 가지고 와서 닫으려고 해봤는데 그 창문은 원래 그냥 열어두는 듯 

닫히지 않아서 관두고, 추가 담요를 받기로 했다.

 

캐니지와 1층 로비로 나왔다.

뭐 하여튼, 해결됐네! 하고 멋적게 웃더니

" 너 이 동네에서 왜 이 호텔만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줄 알아? " 란다.

아니 모르겠는데? 했더니 캐니지는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추고는

" 이 건물이 옛날에 포르투갈 혁명을 주도한 청년 장교들을 싹 다 잡아내던 비밀 기지(?)여서 그래 " 

라고 하는게 아닌가. 사실 코임브라가 대학도시로서,

카네이션 혁명 때 코임브라 대학의 학생들의 활동이 대단했다고 들었긴 했지만

이 새끼 하는 말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그래. 오 그래그래. 

캐니지의 말을 몇분 더 들어주다가 나가보겠다며 급히 나왔다. 

 

파두 공연

 

옆자리에 유럽에서 온 꼬마애들이 앉았는데 덥다고 얼마나 난리던지.

좁은 공연장이라 작은 소리도 되게 잘 들렸는데 아이들이 칭얼대니 애 엄마가 무척 난처해했다.

하지만 아이들이라 그런것을 어쩌겠는가. 파두 공연은 무사히 잘 마무리했다.

내가 설명들은 바로는 파두는 맨 처음에 사랑의 세레나데로 시작했단다. 

대학교 학생들이 망토를 두르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근사하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면,

박수대신 헛기침으로 좋음을 표시했다고 한다. 

찾아보니 리스본의 파두와 코임브라의 파두는 꽤 다르단다. 

리스본의 파두가 서성적이고 구슬프다면, 코임브라의 파두는 독재타도의 염원을 담은 학생들의 정서가 깊게 베어있다고 할까? 

 

공연이 끝나고

 

포트와인과 간단한 스낵을 제공해줬다.

대부분 가족단위였는데 저 끄트머리에 딱봐도 네덜란드에서 온것 같은 볼이 발그레한 여자가 혼자 있었다. 

얼마나 씩씩해보이는지 그녀는 내가 말을 걸어도 '못' 들을 것 같았다.(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포트와인도 별로라 얼른 자리를 빠져나왔다. 

 

저녁식사 실패

 

유명하다는 식당에 한번 찾아가봤는데 문을 닫았다. (엉엉) 

이번 여행은 뭔가 평소보다 운빨이 좀 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고양이 

 

깔라마리 요리

 

결국 빙빙 돌고 돌아 하늘색 타일벽이 이쁜 식당에 들어왔다.

맛은 그저 그랬다. 

 

다시 숙소 

잉?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한 숙소덕분에 1층 발코니에 나가면 꽤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옆집도 보였는데 북실북실한 강아지가 똥을 누고 가려고 하길래,

되지도 않는 휘파람같은 소리를 내어 불렀더니 저렇게 엥? 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귀엽다.

 

고양이

 

아 까만 고양이 나도 하나 길러보고싶다. 하지만 자신없지. 

 

밤의 숙소 

 

아 이 숙소 정말 맘에 든다. 

모던하면서도 따듯한 느낌이 들게 꾸며놓은 로비가 좋다.

벽에 걸어놓은 그림들도 좋다. 

숙소에 들어왔더니 캐니지맨은 없다.

이런 밤은 캐니지맨같이 얼빠진 애랑 헛소리를 하며 보내는 게 최곤대. 

 

아침

 

코임브라를 오게 된 것이 바로 이 숙소때문이었고, 이 숙소를 고르게 된게 바로 이 아침풍경 때문이었다. 

내가 봤던 사진은 아침 햇살이 저 하얀 창문으로 쏟아져내리는 풍경이었는데, 

그게 온통 내 마음을 빼았았다. 10분이어도 1시간이어도 좋으니 잠시만이라도 저 풍경 속에 

내가 앉아있고 싶었다. 실제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짧은 일정 속에 단지 이 숙소만을 위해 코임브라에 온 것 이라 하루밖에 머물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기차도 오전 기차라 한 40분정도 가량밖에 못 있었다.

아 맞다. 저 메론이 진짜 엄청 달았다. 마치 설탕에 재어놓은 것처럼 달았다.

축복받은 땅, 스페인 언저리 나라들은 다 그런가보다.

 

기차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아니라 포르투행 주간기차다.

 

더 패신저 호스텔

 

정말 놀라운 호스텔이었다.

역사에 있다는 건 알았는데, 기차에서 내리니까 바로 눈앞에 있었다. 

맨날 숙소찾는게 골친데 이렇게 쉽게 눈앞에 나타나니 기분이 좋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쾌활한 스텝이 반겨줬다. 

역 안에 있다는건 들었는데, 이렇게 눈앞에 있을 줄은 몰랐다니까! 했더니,

그래! 우리가 바로 더 패신저라규! 라고 대답하는 스텝. 

포르투갈 호스텔 스텝들은 극과 극이다. 싹바가지거나 오바거나. 

 

 

+ 잘 지내셨지요?

저는 11월 초 독일로 출장을 다녀왔고, 그거 때문에 많이 바빴다가 이제야 좀 한가합니다. 

출장이 잦은 편은 아니지만, 한번 다녀올때마다 엄청 재밌게 다녀오는데.

이번엔 진짜 좋았어요. 업무의 내용이 좋았던 거라 올릴 사진은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사진을 모아보니 꽤 되더라고요? 요것도 얼른 올려야지요. 

 

++ 올 겨울은 추울 건 가봐요.

11월 20일 즈음인데도 이렇게 추운걸 보면 말이에요.

두꺼운 니트안에 내복도 입었더니 아주 그냥 뜨시고 누가 절 안고있는  듯한 느낌이 좋네요.(ㅋㅋㅋ) 

 

+++ 또 여행 생각

당분간 여행은 진짜 아냐. 진짜 이젠 안가. 그랬는데 날이 추워지니

뜨끈한 나라가 그리워지는 것은 대체.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보며, 몇년간 못가본 말레이에 눈독을 들입니다.

기다려 빠꾸떼. (갈 수 있을까?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