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9/PORTUGAL

[포르투갈] 유서깊은 대학도시, 코임브라

by Radhaa 2019. 10. 11.

이른 아침의 까페 

 

자려고 누웠는데 단게 먹고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일찍 여는 까페에 가서 에스프레소에 달달한 빵을 사먹으리라

다짐을 하며 잠이 들었다.

아 물론 자기 전에 구글맵으로 근처에 가장 빨리 문을 여는 까페를 알아뒀다. 

 

빵과 까페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식은것도 아닌 에스프레소가 짜르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가는 느낌이 정말 끝내준다. 버터를 잔뜩 넣은 반죽에  안에는 커드타드 크림을

가득 채워 구운 빵이 맛있게 달다. 

오래전에 이탈리아 친구가 나에게 아침 뭘 먹었냐고 하기에, 

국이랑 밥하고 몇가지 채소 반찬이라고 했더니 되게 놀라하던게 생각난다.

자기는 아침엔 좀 달콤한게 먹고싶다나.

난 아침에 단것도 짠것도 다 좋은데! 

 

아침에 몸쓰는 일이라도 해야될 사람 마냥 빵을 몇 입만에 다 해치우고 카페도 2잔 더 마셨다.

오늘은 파두와 대학교로 유명한 도시 코임브라로 떠나는 날.

햄 샌드위치까지 한개 포장해서 나왔다.

 

우버 택시 기다리는 중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택시가 잘 안잡힌다.

모든 탈것에 대해서는 노이로제가 있어서 엄청 일찍 준비하는 편이라서,

이 때도 시간이 엄청 넉넉했는데도 택시가 잘 안잡히자 불안했다.

아무튼 겨우 잡힌 택시는 대체 어디서 오는지 돌아돌아 10분도 더 넘게 걸려 왔다.

 

Pingo Doce 마트

 

역시나 너무 일찍 와서 마트에 가서 물을 사기로 했다.

유럽은 마트가 다 일찍 열어서 좋다.

생각해보니 10시에 여는 우리나라 마트가 좀 이상한게 아닌가 싶다. 

뭐 문화차이 일수도 있겠지만 내 생활패턴을 고려해보면 마트는 일찍 여는 것이 맞다.

 

여기는 대부분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빵이나 간단한 점심거리를 사가는 모양이었다.

계산대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90% 이상은 빵과 과일을 사는 듯 했다. 

그리고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한 물가였다.

5천원 정도면 과일이나 빵, 간단한 스낵에 커피까지 한잔 마실 수 있는 돈이니까.

별거없는 샌드위치

 

샌드위치는 역시 심플한게 최고다.

빵에 버터를 대충 바르고 거기에 치즈랑 햄 한장 끼워넣었는데 왜 맛있는지 모르겠다. 

 

혼돈의 기차타기 

 

포르투갈에서 기차를 타면서 욕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온라인에서 기차를 미리 예매했는데 포르투갈의 기차시스템이 정말 황당했다. 

 

예를 들면 용산역-서울역-부산 이라고 치면, 

내가 끊은 티켓은 용산역-부산역이니까 용산에서 부산까지 한번에 간다고 생각했는데

용산역-서울역까지는 전철같은걸 타고 서울역에서 진짜기차(!)로 갈아타는 시스템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던 나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넉넉히 왔으니까 플랫폼은 잘 찾았는데. 

오전 8시 기차라면 이 놈의 열차는 7시 59분에도 오고 8시 2분에도 오고 하는 그런식이었다. 

게다가 안내방송은 포르투갈어로 해서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처음엔 59분 열차가 내가 탈 거겠니 했는데 옆 사람한테 물어보니 이 기차 그거 아니란다.

그래서 일단 안타고 다시 안내해주는 곳에 내려가서 물어봤더니 지금 오는게 내가 탈 

열차라는게 아닌가. 다시 정신없이 뛰어올라가 겨우 열차를 탔다. 

다시 타긴했는데 이때까지도 뭐가 뭔지 몰라서 이게 뭔가 싶었다.

 

산타 아폴로니아 역

 

그러니까 내 열차표는 Rossio - Santa Apolonia - Coimbra 였고,

여기서 진짜 기차를 타는 부분은 굵게 표시한 부분이었다. 

Rossio부터 Santa Apolonia까지는 말하자면 그냥 가벼운 전철느낌이었다.

산타아폴로니아역에 내려서 다시 내가 탈 기차의 플랫폼을 확인했다.

기차 탑승

 

드디어 기차 탑승.

너무 불친절한거 아니냐고 투덜댔지만 이걸 원래 알았던 사람들한테는 편할 것 같다.

남은 샌드위치 흡입

 

기차에 타면 뭐든 먹어야 할 것 같다. 

남은 샌드위치를 주섬주섬 꺼내먹었다. 

꺄페와 미카엘 

 

내가 앉은 자리에는 가족이 탔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들.

아들은 등치만 크지 아주 애기였다. 잡티 하나 없는 깐 달걀 같은 피부에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과자를 먹는다고 해서 힘들게 꺼내줬더니 다시 안먹겠다고 해서 엄마한테 잔뜩 혼이 난 모양이었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서도 한참을 혼자서 입을 씰룩걸리니,

엄마가 또 근엄하게 '미.카.엘' 하고 불렀다. 어린 미카엘은 이제는 불만스런 표정도 맘대로 못짓는게

불만스럽다는 듯이, 하지만 엄마한테 혼나지는 않을 정도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미카엘처럼 '아름다운' 눈은 처음 봤다. 진짜 소설에서 나올 법한 길고 짙은 속눈썹은 뷰러로 

집어올린 듯이 동그랗게 위로 말려있었고, 파란 눈동자는 한동안 쳐다보면 정말 바다라고 착각 할 정도로

푸르고 깊었다. 미카엘이란 이 아이는 정말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막 튀어나온 그런 이미지였다.

자리를 잡자 미카엘은 금방 잠에 빠져들었고, 옆에 앉은 아이 아빠는 걔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자게 하려고 난리였다. 아이가 깊이 잠 들면서 입을 벌리자 그 입까지 닫아(?)주었다.

 

Coimbra B 역 

 

코임브라는 코임브라역하고 코임브라 B역이 있었는데,

자기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서 내리면 된다. 

여기서도 되게 웃겼던게 이 역에 내가 내릴 시간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다는 것이다.

기차가 갑자기 멈추길래 어디 간이역같은 곳에서 잠시 멈춰 가나보다 하고 신경안쓰고 있다가

밖을 봤더니 내가 내릴 역이었다. 거의 30분은 일찍 도착한 것 같다.

생각없이 있었다간 훨씬 더 멀리 가버릴뻔했다. 

 

The luggage hostel & Suites

 

기차역에서 우버로 택시를 불러 숙소 앞에 딱 도착.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된 숙소였는데,

여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굳이 짧은 일정에 코임브라를 집어넣었다.

결과적으로 코임브라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다. 

 

오래된 개인 저택을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었는데,

그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유형의 숙소였다.

너무 고요해서 도대체 문을 두드린들 사람이 나올까 싶었는데,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지나치게 깔끔 떨것 같은 아저씨가 한명 나와서

너 예약했지? 한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체크인을 하러 들어갔다.

그 아저씨는 그냥 부모 잘 만나서 집을 물려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렇다고해서 이 아저씨를 우습게 봐서는 안되는게, 

숙소가 정말 깨끗했고, 숙소 운영도 안정되어있는 듯 보였다.

 

발코니

 

건물자체가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1층에 있는 발코니에 나와도

이렇게 시원한 경치를 볼 수 있다. 

 

The luggage hostel & Suites

 

주인 아저씨는 한 천번 쯤 말해서 이제는 자다가도 외칠 수준으로 체크인을 마쳤다. 

그리고 나서는 엄청나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 지금부터 내가 이 동네에서 할 것들을 소개시켜줄게'

하더니 엄청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지도를 촤 펴서는 여기저기 알려줬다. 

여기가 파두로 엄청 유명한건 알지? 라며 여기서 파두 예약을 해줄 수 있다길래

흔쾌히 해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놀란 눈치였다. 

 

https://uk.hotels.com/ho490288/the-luggage-hostel-suites-coimbra-portugal/

 

The Luggage Hostel & Suites in Coimbra

The Luggage Hostel & Suites is rated "Superb" by our guests. Take a look through our photo library, read reviews from real guests and book now with our Price Guarantee. We’ll even let you know about secret offers and sales when you sign up to our emails.

uk.hotels.com

코임브라 대학교 가는 길 / 유명한 해리포터 망토 

 

여성용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오후 3시 이후에 들어갈 수 있다길래,

옷을 갈아입고 코임브라 대학교에 먼저 갔다오기로 했다.

조아니나 도서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무척 기대됐던 곳이다. 

 

코임브라 대학교는 특이하게도 교복이 있는데, 저 커다란 망토가 해리포터 마법학교 학생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서 유명하다. 나도 이거 때문에 무척 기대가 컸지만,

여름이라서  안되겠거니 했는데 입고 다니는 친구들이 간간히 보인다. 

 

매표소

 

휴가철의 포르투갈은 어딜가나 '줄'을 서야한다.

나는 이렇게 줄을 서는 여행지에는 별로 가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런 상황이 힘들었다.

아니 여름휴가로 온 곳인데! 게다가 코임브라는 작은 소도시라는데! 

왜 다들 수영을 하러 가지 않습니까?!!! 

겨우 입장권 구매

 

별 것도 아닌 입장권인데 족히 30분은 서있던 것 같다.

왜이렇게 올래 걸렸나 했더니 직원들이 몇가지 옵션이 있는 입장권을 일일이 설명해주고,

우리의 유럽형님들은 그걸 진지하게 다 들으시고, 무엇을 할지 또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이것저것 물어보며 겨우겨우 결정을 내리면 그제야서 저 멀리 밖에서 기다리는 일행한테

야!! 10유로만 줘봐!! 하는 과정을 모두들 약속이나 한듯 반복하는 것 이었다.

실제로 나는 2분 안쪽으로 다 끝났다. (자랑) 

왕궁

 

옛 왕궁터였던 이 곳은 현재 코임브라 법학대학 건물로 사용 되고 있다고 한다. 

 

그레이트 홀 Great Hall of Acts 

 

과거 포르투갈 최초의 왕자가 있던 방이자 아폰수 1세를 비롯한 포르투갈 첫 번째 왕조의 아들이 거주하던

방이라고 한다. 이 후 첫번째 왕조가 단절되고 왕위가 스페인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던 1385년,

아비스 가문의 주앙을 새로운 국왕으로 선출한 코르테스(신분제 회의)가 열린 곳이 이 방이라고 한다.

지금은 총장 취임식, 박사학위 논문 심사와 학위 수여 등을 비롯한 대학의 중요 행사를 치르는 곳이다.

 

https://blog.naver.com/njmin006/221666952579

 

[스페인 포르투갈 D21-2] (코임브라) 코임브라 대학, 코임브라 구시가지

​2시간여의 투마르 수도원 방문을 마치고, 오늘의 숙박지 코임브라 Coimbra로 향한다.​코임브라는 포르...

blog.naver.com

천장의 나무 패널들은 처음보는 스타일의 장식이다.

멀리서 보면 특이하고 웅장한 느낌을 더해주는데 가까이서 보면 그렇게 정교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이게 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다녀와서 그렇다. )

구술시험장

 

구술시험이라고 하면 정말 끔찍하다.

인도에서 공부할 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마지막은 그 놈의 구술시험이었다.

그걸 viva(Viva Voca) 라고 불렀는데, 방에 들어가면 외부에서 불러온 교수님들이 앉아있고

그 교수님들이 물어보는 걸 영어로 주절대야 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한번은 들어가서 질문 받고 대답 좀 할라치면 노. 이러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고, 넘어가고 

하다가 5분도 안되서 시험장 밖으로 쫓겨나온 적도 있다.

그 때 공부 참 열심히 하고 갔었는데.....열받네.

 

성 미구엘 예배당

 

특유의 노랑과 파랑이 섞인 타일로 꾸며진 예배당

확실히 포르투갈은 다른 유럽과 다른게 색을 사용한다.

놀랍게도 여기는 아직도 시민들의 결혼식 장소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결혼식장이나 드레스 이런거에는 전혀 로망이 없는 편인데,

이런곳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다면 꽤 욕심날 것 같다.

 

구내식당

 

시간이 남아 잠시 구내식당에 들렀다.

모든 관광객이 약속이나 한듯 저기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행만 오면 채소가 먹고싶어지는 미스테리.

샐러드 한접시 먹었다.

올리브유랑 식초만 휘휘 해도 왜이렇게 맛있을까.

 

정재형 아님 

 

왠지 마음에 드는 사진

 

알록달록한 의자 때문인지 하여튼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 

 

이후 1시 20분에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도서관의 백미인, 무려 Nobel Floor 라 불리우는 맨 위층은 사진촬영이 금지.

위키피디아에서 몇장 가져왔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Biblioteca_Joanina#Architecture

 

Biblioteca Joanina - Wikipedia

The side and front facade of the library building alongside the main university structures and towers A view of the stacks and cradenzas within the Biblioteca Joanina The Johannine Library (Portuguese: Biblioteca Joanina) is a Baroque library situated in t

en.wikipedia.org

 

+ 잘 지내셨지요? 전 그저 그렇습니다.

이제 30분 후 점심인데, 오랜만에 분식집에 가기로 했어요.

보통은 간단하게 떼우는 편인데 오늘은 무려 김밥에 크림 떡볶이를 먹는답니다.

왜냐면 오늘 사무실 막내가 생일이라서요. 

생일은 막내인데 저는 김밥때문에 설레입니다. 

 

++ 날이 추워졌네요. 동네 산책하다가 자주 마주치는 길고양이가 있는데,

길고양이 멸치줘도 되나요? 짜서 안되려나? 

멸치를 며칠 째 가지고 다니는데  막상 가지고 다니니까 안만나져요. 

평소에 만나면 맨날 뭐 먹을거달라고 애옹거렸는데.

오늘은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