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나름 감각적으로 꾸며놓은 곳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류의 감각적임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벽 한쪽을 새빨강으로 칠한 감각적임은 난 별로다.
아무튼 또 열심히 조식을 퍼왔다.
역시 프랑스라 그런지(ㅋㅋㅋ) 스크램블드에그가 환장하게 맛있었다.
버터를 잔뜩 때려넣은 맛이 풀풀 났다.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움직여야하는 일종의 패키지지만, 소규모인데다가 일정이 자유로운 패키지였다.
(가기싫으면 안가도 되고, 저녁을 안먹어도 되고 맘대로해도 된다)
아침에 모이는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천천히 동네를 산책했다.
요새 바우하우스 건축 양식에 푹 빠져있는데, 지금와서 이 사진을 보니까 이게 바로 바우하우스 양식이다!
그때도 이 초등학교 건물 무척 인상깊게 봤었는데, 알고보니 더 근사하다.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의 수도라고 한다.
그래서 여기서 회의도 많이 열리고 하는데, 여길 방문하는 정치인이라고 해서 대단한 호텔에 머무는게
아니라 저 작은 호텔에서들 머문다고 한다. (잘 못들었는데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강경화 장관도 여기서 묵었었다고 한다.
이때가 11월 중순이었는데, 막 크리스마스 장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스트라스부르가 크리스마스의 기원이라고 하던데.
아무튼 나중에 쓰겠지만, 어느 펍에서 만난 언니가 크리스마스때의 스트라스부르는 정말 아름다우니
꼭 다시 한번 오라고 잔뜩 취해서 신신당부를 해줬더랬다.
아마 크리스마스 시즌 때 먹는 전통 쿠키인가보다.
정향, 계피, 생강 이런 것들이 잔뜩 들어간 맛이다.
기웃대면서 뭘 그렇게 얻어먹은건지.
아무튼 여기서도 쿠키를 하나 얻어먹었는데 맛있었다!
유럽의 겨울은 정말 습하고 춥다. 별로 낮은 기온도 아닌데 이상하게 으슬으슬하게 춥다.
이 출장 이후로 나와 동료들은 누가 춥다고만 하면, 이게 그 빠리 날씨 아냐 빠리 날씨~
이러면서 꼴값을 떨어댔다. 아무튼 춥던 와중에 벼룩시장 발견!
이런거 제일 좋아한다. 맘에 꼭 드는 접시나 커피잔을 사겠노라고 눈에 불을 켰다.
저 동그란 장식용 접시를 샀다.
딱히 맘에 드는건 아니었지만, 두툼하고 튼튼해보이는 그런 뭔가 푸근한 매력이 있었다.
동그라미로 점점이 장식한 것도 북유럽 느낌 나서 맘에 들었다.
이런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이 사실 내 취향은 아니다.
여기 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건물도 있다는데, 생각보다 막 아름잡고 동화같진 않았다.
아시아의 베니스니 어쩌구니 이런거 유럽내에선 안할 줄 알았는데 여기서까지 쁘띠 베니스라니!
아무리 앞에 쁘띠를 붙였다지만, 작은 베니스란 별칭을 갖기엔 좀 부족하지 않았나싶다.
날이 춥기도 하고 쁘띠 베니스보단 시장 구경이 좀 더 재밌을 거 같아 시장에 들어가봤다.
시장은 깨끗하고 조용했지만 별다른 볼것은 없었다.
까페알바인지 주인인지가 영 불친절하다.
독일에서 유학하는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데, 보일듯 보이지 않게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하더니,
아무튼 이번 유럽에서는 유난하다.
정확히 이게 키쉬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키쉬라고 생각한다.
정성들여 양파가 갈색이 될때까지 볶고, 누군가가 대충대충 감으로 뚝딱뚝딱 만들었을 파이지에
구워 낸 양파파이는 맛이 정말 진했다. 이렇게 진하고 헤비한 맛의 큰 한조각이 어떻게 에피타이저인지.
나는 저것만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허브랑 푹 끓인 채소와 각종 부위의 고기들이 나왔다.
담백하고 심심한 맛이 좋았다.
부드러운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지방이 많은 부위보단 좀 뻑뻑하고 고기 특유의 맛이 나는 부위를 좋아하는 타입이라 아주 맛있었다.
디저트라면 자고로 크리미하고 부드러워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난 무조건 바닐라! 바닐라!
물론 개운하게 새콤달콤한것도 좋긴한데 그래도 디저트는... 그래도 디저트는..
같이 간 동료들은 새콤달콤파여서 아주 맛있게 먹었단다.
콜마르를 떠나 다른 작은 마을 여러개를 돌았다.
겨울이라 그런지 마을은 정말 쥐죽은 듯 조용했고, 까페들도 다 문을 닫았다.
뼈가 시리게 추워 우리는 몸을 움추리고,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비실비실 걸어다녔다.
작은 까페에 들어갔다. 말이 까페지 내부는 훵하고 추웠다.
원래는 그냥 가정집이었는데 여기에 관광객이 몰리니까 집을 개조해서 싸구려 기념품을 파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그마저도 장사가 시원찮으니 에라 모르겠다. 커피도 팔아보자 하는
느낌이었는데 커피가 정말 구렸다.
라떼를 시켰던 것 같은데 우유가 아니라, 조그만 액상 크림을 몇개 까넣은 맛이다.
진짜 우유로 했다면 저런 멀건 투명한색이 아니었을거다.
이번엔 또 Kaysersberg로 이동했다. 정말 재미가 없었다.
추적추적 비는 오지, 날은 쌀쌀하고 동네는 텅빈 것 같고.
다들 지겨워하면서 그냥 구경을 한 것 같다.
세번째 마을로 이동했고, 거기서 슈바이처 박사가 태어난 곳에 들렀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다들 막 다 그냥 만사 귀찮은 듯한 느낌이었다.
비가 와서 비도 맞았고, 몸은 춥고 그냥 아무 보이는 까페에 들어가서 단걸 먹었다.
저녁 먹어야되니까 간단하게(!)만 골랐는데 엄청 실했다.
한게 한조각 들어가니 참을 수가 없어 와구와구 다 먹어버렸다.
오죽하면 동료 중에 한명이 내가 이렇게 단걸 좋아하는지 몰랐다며.
말하는 투를 보니까 놀란 모양이었다. (너무 먹었나.....?)
+ 잘 지내셨지요?
저는 기럭저럭 지냅니다.
오늘은 되게 친한데 결혼해서 애가 있는 친구라 맨날 카톡만 하는
친구를 무려 2년만에 만나는 날입니다. 친구가 엄청 기대하는 것 같아요.
저를 만나기를 기대한다는게 고맙네요.
저는 친구가 먹자고 한 숙성회가 더 기대되는데... (ㅋㅋㅋ)
++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난리셨지요?
2월 중에는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다고 하니까,
뭔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어오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위생의식이나 시민의식이
엄청 많이 발전했구나. 이런걸 느꼈습니다. (오히려 난 퇴보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생기는 '혐오'의 정서는 더 심해진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도 많이 들었네요.
+++ 혐오의 정서는 정신병적 증세같다고 생각해요.
본인 내부의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는 느낌도 있어요.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너!! 이런식으로.
무언가를 미친듯이 혐오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건만. (정신적으로 굉장히 지치는 일)
++++ 오늘 발렌타인데이네요.
관심없습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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