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GERMANY-BAUHAUS

[독일] 백수의 베를린 이야기(되는 일 없는 날 Feat. 금쪽이)

by Radhaa 2024. 1. 5.

수박

 

좀 쉬다가 호텔 밖으로 나가서 이번엔 무려 '쇼핑' 이란 것을 해보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엔 'COS'의 세일기간에 독일에 있으니까. 

한국에도 입점해있지만, 독일이 가격일 제일 저렴하고 상품도 많다.

나는 가진 옷 지분의 90%가 COS일 정도로 COS를 사랑했고,(나를 코스 앰버서더로 임명하라!!!)

옛 동료는 나보고 인간COS라고 까지 했단 말이다.(그러니까 앰버서더로 임명하라!!!!)

내가 인간샤넬 소린 못들어도 인간코스 정도는 된다.

 

아무튼 트램 타려고 호텔 밖에 나갔는데 수박이 싱싱해보인다.

수박 위에건 메론인가? 아무튼 여기 수박은 뭔가 웃자란 느낌이다.

한국수박이 잘났다기보단 한국수박은 아주 그냥 막 날 때부터 최고의 수박이 되겠다는 의지가 하도

결연하여 겉만 봐도 무시무시해 보이는 느낌이 있는데,

여긴 뭐 히끄므리한게 초여름 해 짱짱한 날

그냥 대충 며칠 힘 좀 썼더니 이렇게 되버렸군. 하는 느낌이다.

 

 

⬇⬇ 이 결연한 한국 수박을 보시란 말입니다. 

 

 

THE BARN

 

보난자 커피와 함께 현재 베를린 커피씬의 양대산맥을 이룬다는 더 반.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잠시 들렀다. 

 

문제적 V60

 

이왕 들어온 거 최고의 커피를 마시고자,(사실 딱히 마시고싶은 커피도 없었다.)

내 취향을 말했더니 Iced V60를 추천해줬다. 이게 커피 이름이 V60인지,

V60 드리퍼로 핸드드립 해줘서 V60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커피 이름으로는 좀 이상하긴 하다.

안그래도 더운 공기의 가게가 소나기 때문에 한층 더 후덥해진 탓에 아이스를 주문했다.

이게 문제였는지 모르겠는데, 이 커피는 의외로 놀라웠다.

(왠지 영어로 써야 할 것 같아서)

이 flowery하고 fruity한 aroma, 그 가운데 어우러지는 acidity함과 slight하게 느껴지는 nutty한 taste.

이건 커피도 차도 아닌 뭔가 다른 음료 같았다. 이게 요즘 유행하는 맛인가 보다. 

까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지금 내가 주문하는 원두에서는 꽃향, 오렌지향, 약간의 초코렛맛을 느낄 수 있네 어쩌구 하는

얘기는 많이 들었봤고 마셔봤지만 난 한번도 그걸 내 혀로 딱히 느껴본 적이 없었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냐 싶었는데 가능하더라.

하지만 결론 : 내 취향 아님.

이 커피에 대해선 아마 내 컨디션이 별로여서 였다고 생각한다.

어떤 날엔 최고의 경험을 했다며 좋아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THE BARN

커다란 문이 있다. 

밖엔 바람이 꽤나 불었지만, 가게 안에 열어놓은 창이 없는지 바람이 안으로 들이치지는 못해서 가게 안은 마냥 더웠다.

관광객도 많은 유명한 가게여서 그런지 어수선한 느낌 때문에 커피가 더 별로였는지도 모르겠다. 

 

대망의 COS

불행하게도 난 아무 재미도 못봤다.

아주 조져주마. 나는 한마리의 야수가 되어 들어갔건만, 진짜 마음에 드는 것이 단 한개도 없었다. 

심지어 양말이나, 작은 악세사리 조차도. 

난 몇년간 여름, 겨울마다 있는 세일때마다 단 한번도 뭐 하나 안산적이 없었는데!

'개실망'을 하고 밖에 나와서 사진이나 한장 찍었다. 

 

Happy socks

 

오 해피삭스.

요란한 양말을 파는 스웨덴 브랜든데, 양말 애호가로서 대단한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좋아한다.

COS에서 대실패를 하고 나서, 조금은 조급한 마음이 들던 차에 잘됐다 싶어 냉큼 들어갔다.

왜냐면 난 기념품 대용으로 쇼핑을 나선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뭐라도 하나 건져야 했다. 

양말이라면, '이건 내가 베를린에서 산 양말이라구' 하면서 신을 때마다 베를린을 떠올리기 딱이다.

과연 저는 무슨 양말을 샀을까요. (사진엔 없음-뭐야)

 

호텔 돌아가는 길

 

도저히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뭘 하나 시켜놓고 먹고싶은 마음이 안든다.

무자비하게 크게 튀겨져나올 슈니첼도, 소세지도 다 싫단 말이다. 그 옆에 있을 감자튀김도.

어째서 외국에서 그저 뜨끈한 국물만이 간절해진 인간이 되었을까.

혹시나 컵라면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마트에 들렀는데 없었고, 굴라쉬로 보이는 저런 컵스프가 보이길래 하나 샀다.

아아. 뜨거운 물을 부어서 얼른 얼큰하게 한그릇 때리고 싶은 마음에  입맛을 다시며 트램에 앉아

마트에서 산 컵스프를 다시 살펴보는데 이런 ^^ㅣ... 저 고수 이파리랑 큐민 씨앗을 왜 이제 봤지. 

자세히 보니 저 빨간 것도 토마토가 아니라 파프리카잖아.....😲

 

처음 여행 떠나올 때, 짐을 대충 싼 건 좋았는데 문제는 이번 여행 내내가 저렇게 대충이었다. 

아니 뭐 그래서 나쁜건 아니었는데, 저 스프를 못 먹게 된 것은 큰 좌절이었다. 

 

컵스프 처넣고 꽉 닫아버린 가방

 

나는 저 때 다리도 너무 아프고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숙소에 들어가면 안나올 요량이었다.

근데 믿고 있던 컵스프가 너무 큰 좌절을 안겨주는 바람에 화가 나서 폭력적으로 컵스프를 가방에 처넣고,

다시는 세상 빛을 못보게 해주마 하는 심정으로 지퍼를 닫았다. 

 

산 것들

 

이번 독일여행에서 산 것이라곤 저게 끝이다.

엄청나게 얇은 팬티라이너 7박스가 큰 자리를 차지한다.

중요한 건 왼쪽에 있는 테테셉 사의 코 관련 제품이다. 

여행 떠나기 한 3개월 전부터 난 위축성 비염에 시달렸다.

이게 뭐냐면 코점막이 미친듯이 마르면서 콧물은 안나고,

콧 속에 딱지가 생겨서 코를 풀면 피가 같이나는 그런 비염의 한 종류다.

뭘 어떻게 해도 콧 점막이 건조해서 정말 아팠다. 바세린을 발라도 아팠다. 

그렇다고 딱히 치료방법이 있는 비염도 아니었다. 

이런 코를 가지고 건조한 유럽에 오니 정말 미칠 노릇이어서 검색을 해보니 찾아낸 것이 테테셉의 코연고와 나잘 스프레이.

(컵스프 뒤에서 눈치보고 있음🙄🙄)

 

연고

 

이 때는 몰랐는데(뭐든 다 대충) 뒤에 꽃그림 그려져 있는거 보니까 알레르기 비염용 연고인거 같은데, 

내가 구글 번역렌즈를 통해서 보니까 코점막 완화 뭐 이런걸로 뜨긴 떴다.

뭔들 어떠하리, 일단 이거부터 마구 꺼내 아침저녁 수시로 발라 보니 확실히 좀 나아지는 느낌이긴 했다.

나중에 독일대충병에서 해소되고 나서 찾아보니 그냥 덱스판테놀이었다.

한마디로 비판텐 연고였다는 뜻. 이런... 그건 우리집에서 쓸모도 없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잘 보면 위에 덱스판테놀이라고 써있다.

나잘 스프레이는 뭐래더라, 번역기에 의하면 용암 온천수? 뭐 그런거라는데 한마디로 물이라는 뜻이다.

(나는 이 독일대충병을 일종의 최면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독일어도 한몫했다. '일단 난 몰라'가 깔려있는)

 

결론 : 한국에 돌아와서, 믿거나 말거나 코세척을 한달 정도 열심히 했더니 그 지독한 위축성 비염은 서서히 사라졌다.

 

라다의 선택

 

고심 끝에 이 양말을 샀다. 양말을 고를 때 만큼은 대충하지 않았다. 

나는 양말을 모으기도 하지만 실제 신기 때문에, 청바지나 회색 혹은 검정 와이드 팬츠나 슬랙스에 어울리는 것으로 고른다.

이 양말 전문가께서 한말씀 하자면, 일상생활에서 신을 요량으로 양말을 고른다면 양말의 패턴이나 톡톡 튀는 색조합이

마냥 이쁘다고 사서는 안된다. 나의 경우, 작고 귀여운 패턴이(예를 들면 곰돌이나, 과일 같은) 계속 되는 양말은 양말만 놓고 보면

예쁘지만 옷과 함께 입었을 땐 별로라고 생각한다.

이 양말은 핑크색과 초록색의 조합이 좋았고 무엇보다 페이즐리 무늬가 마음에 꼭 들었다. 

한동안 연청 와이드진에 즐겨신었다.

- 이상  구파발 패션킹 -

 

결국 라멘행

 

몇년 전 포르투갈 여행 때 어느 도미토리에서 만났던,

마치 어제까지 아베크롬비에서 알바를 하다가 온 듯한  호주형제 중 동생이 말한 것을 기억한다.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베를린이라고 했고, 거기서 일본에서 먹었던 것보다 더 맛있는 라멘을 먹었다고.

그때 나는 속으로, '야 잘생기긴 했지만, 솔직히 니가 뭘 아냐?' 그렇게 생각도 했지만,

그 애는 증말 애지간히 잘 생겼었고, 나는 언젠가 베를린에 간다면 그 라멘집에 한번 가봐야지 하고 마음 먹었었다.

하지만 그 라멘집이 정확히 어딘지는 몰랐기 때문에 구글맵에서 가장 유명하고 평이 좋은 곳을 찾아갔다. 

 

탄탄맨(!)

 

이 '일본'라멘가게는 '베를린'에서 '베트남'사람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구글리뷰에 다들 탄탄맨을 추천 하길래 나도 탄탄맨을 먹었다. (왜 미소라멘처럼 보이지)

배도 고팠지만 국물을  한 입 떠먹었는데 짭짤하고 기름진 그 맛이 너무 끝내줬다.

맞아. 그 호주미남은 여길 왔을꺼야. 역시 잘생긴 애가 하는 말은 다 맞아.

너무 맛있어서 나는 누가 말을 걸어주면,

이거 완전 미췬거 아냐? 완전 핵맛개맛 이러면서 호들갑을 떨어줄 용의가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주지 않아 그냥 적당히 예쁜척 하면서 먹었다. 

근데 맛이 너무 진하고 고기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나중엔 좀 질렸다. 

 

드디어 호텔

 

다 먹고 다시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정강이뼈에 약간 실금이 간 것 같은 느낌이 들 즈음 겨우 도착. 

이제는 숙소용 바지가 없는 것에 적당히 익숙해져서 자유롭게 팬티만 입고 방안을 돌아다니다가 잠이 들었다.

건조하니까 해가 지고 바람이 솔솔 들어오면 그렇게 덥지는 않아서 발코니쪽 문을 열어놓고 잤는데,

새벽 3시쯤인가, 진짜 어디서 싸구려 드론 소리가 웅웅 나더니, 급기야 그 드론이 자꾸만 벽에 부딪히는 게 아닌가.

아니 아까 라멘집에선 가만 놔두더니만, 그때 소문 났네. 동양미녀가 나타났다고.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이 새벽에 드론을 보내는 건 오바 아니냐? 는 개뿔.

불을 켜고 보니 대왕 똥파리였다. 

ㅎ ㅏ.. 유럽 건물 특성상 천장이 높아서 이 놈의 똥파리는 잡기도 쉽지 않았다. 

책상 위에 있던 코팅된 얇은 종이를 들고 팬티바람으로 한시간 가량을 설쳐 겨우 똥파리 새끼를 잡고 다시 잠이 들었다. 

 

똥파리 침입 원인을 반드시 말하고 싶다.

이 호텔 화장실은 되게 깨끗했는데, 낡아서인지 하수구 냄새 같은게 꽤 심하게 올라왔었다.

그래도 문을 닫으면 냄새가 심하지 않아서 나는 불편하지 않았는데 똥파리는 그걸 귀신같이 알아챈게 아닐까 싶다. 

 

푸짐한 아침

 

새벽 4시쯤 다시 잠이 들어 6시쯤 깼다.

베를린은 대도시고 할 것도 볼 것도 많은데 나는 그것보다는 상수시 궁전에 다녀오는 것을 선택했다.

가까워서 일찍 움직이면 오전 중에 다 볼 수 있겠다 싶어 까페가 문을 여는 7시가 되자마자 나갔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까페에 갔는데 메뉴가 다 독일어여서 일단 제일 비싼걸로 시켰다.

그랬더니 저런게 나왔다. 

어휴...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진은 내가 일부러 피해서 찍었지만 이 때가 이 동네 도로변에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시간인지 시끄럽고 '음쓰' 냄새가 대단했다.

다행히 조깅을 마친 듯 보이는 어떤 남자도 내 옆자리에 앉아서 아침을 먹었는데 그 사람은 간단히 오렌지 주스에

저 사진 속 빵 하나만 훌쩍 먹고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만 관광객 티를 팍팍 내면서 아침부터 

음식물 쓰레기 냄새 속에서 돼지파티를 벌이는 것 같아 1초라도 빨리 저 접시를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다. 

 

베를린역

 

아침 까페에서의 수치를 잊고 베를린역에 가는 트램에서는 쿨한 베를리너인 척을 했다. 

역에 도착해서 화장실에 갔는데 입가에 그 빵부스러기가 붙어있어서 또 다시 모욕감이 들었다. (ㅋㅋㅋ) 

아니야, 어쩌면 이 빵부스러기는 생활감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며 애써 위로하고 부스러기를 털어냈다. 

그리고 포츠담행 기차를 기다리며,  (포기하지 않고) 이 기차를 매일 타는 베를리너인 척을 했다. (지겹다 지겨워 ㅋㅋㅋ)

 

음료

시큼하고 탄산든 음료를 여행 내내 마셨다.

이건 달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포츠담 샤를로텐호프역

 

포츠담 선언으로만 알고 있던 그 포츠담에 와보다니. 

 

포츠담 샤를로텐호프역

 

우리나라 사람들 중 포츠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다.

그런데 생각보다 포츠담은 작고 소박한 도시다. 역도 엄청 작다. 

여기서 상수시 궁전까지 걸어갈 수 있다. 

 

막 걸어가기

상수시 궁전은 꽤나 유명한 궁전 아닌가? 

난 사실 포츠담역에 내리면 적어도 크게 크게 몇 군데에 표지판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다. 

정말 일절 없어서 좀 웃긴 말이지만 이 도시가 '무책임'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니 왜ㅋㅋㅋ)

아무튼 전형적인 길치인 나는 구글맵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소리도 듣기 싫어 느낌적인 필링으로 똑같이 무책임하게 마구 걸었다.

 

멋진 일러

 

차에 있는 그림이 신비로운 것이 나의 마음을 끌었다. 

어디에 쓰는 차일까. 

 

아앗!

 

꽤 한참을 주택가를 걷다가 길을 하나 건넜는데 갑자기 이런 출입구가 나왔다. 

멀리서 저 고풍스런 표지판을 보고 있자니 이건 분명 궁전 출입구야 하는 마음에 가까이 가서 봤더니, 

 

공원 표지판

 

공원 표지판이었다. 

하지만 이 노련한 여행자는 궁전 근처엔 이런 숲과 공원이 있기 마련이지 싶어 그 길을 쭉 따라가기로 했다. 

 

촬영

 

역시 아무리 길치라도 노련미는 이길 수 없었다. 

그렇게 쭉 가노라니 저 멀리 상수시 궁전이 보였다. 

근데 뭔가 수선스럽고 촬영 장비도 보이고 하길래 뭘 하나 싶었다. 

 

영화 촬영

 

나는 촬영 한다는데 괜히 뭐나 있나 하면서 기웃거리고 싶지 않았지만, 

상수시 궁전 가까이 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쪽으로 걸어갔는데 갑자기 한국말이 마구마구 들리는게 아닌가.

그래서 이게 뭔가 싶어서 보니 한국에서 온 영화촬영팀인 것 같았다. 

저기 잘 안보이지만 감독으로 보이는 사람이 상당히 멋쟁이였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고, 누구다 라고 말해주면 아! 하고 알 것도 같은데 당장 내 머릿속에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상수시 궁전

 

1747년 프리드리히 대왕이 포츠담에 세운 여름 궁전인 상수시 궁전.

상수시(Sanssouci)라는 말은 '~가 없는' 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전치사인 sans과

'걱정'을 뜻하는 프랑스어 souci가 합쳐진 말로 한국말로 번역하면 '걱정없는 궁전' 정도가 된단다. 

이렇게 여름 궁전에 어울리는 이름이 있으려나. 

 

관광객은 딱 나 한 명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사방에 현지 스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키고 서서 궁전 가운데로 못가게 막는 것이었다.

오늘은 영화 촬영 때문에 하루종일 궁전 가운데는 출입이 안된단다.

아으 진짜. 이게 뭐냐고. 도대체 감독이 누군데 이 먼나라 독일에서 상수시 궁전을 하루 종일을 빌리냐고.

순진해 보이는 외국인 스텝에게 한국영화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길래 감독님이 누구시냐고 물어보니 모른단다.

아무튼 촬영장면은 두 남녀가 저 궁전 가운데 맨 위 계단에서 천천히 대화를 하며 내려오는 장면이었는데, 난 그냥 멀리서 그냥 잠시 보기만 한건데도, 두 사람은 우연히 독일에서 만나 같이 상수시 궁전을 구경하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뭐 그런 분위기가 좔좔 흘렀다. 마치 홍상수st. (아니라면 죄송합니다.)저 영화는 도대체 어떤 제목으로 대중들에게 공개되었을까 궁금하다.  좋은 영화였으면. 아직 공개 전이라면 좋은 영화이길. 

 

아무튼 '언저리'는 돌아다녀도 된다길래 나는 찐따처럼 언저리만 서성댔다. 

내가 '가운데'에서 못찍고!!! 언저리에서 대충 찍어서 저 지경이지만(탓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파란 하늘 아래  소박한 여름 궁전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유치하게도 궁전 이름을 두고 '연신내에 거주하는 상수 씨의 궁전' 이라거나

'안상수 궁전이냐ㅋㅋ' 하는 거지같은 농담을 던지고 싶은건 참을 수 없단 말이다. 

 

 

상수시 궁전의 아름다움은 이 여름꽃에 있었다.

이렇게 여러가지 꽃을 색조화가 아름답게 하늘하늘하게 가꿔 놓은 것이 정말 아름다웠다.

전체가 아니라 가장자리만 가꿔놓았는데도 마치 들꽃이 잔뜩 핀 벌판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언저리1
언저리 2

 

어느 북까페

 

상수시 궁전에서 나와 다시 포츠담역으로 가는 길.

이 날은 덥기도 했지만, 포츠담은 비가 왔는지 엄청 습하기도 했어서 좀 지쳤다.

책도 팔고 간단한 병음료도 파는 가게가 있어서 레모네이드를 한병 사마셨다. 

 

 

베이커리는 못참지

 

가는 길에 베이커리가 하나 있길래 구경하고 싶어서 들렀다. 

멋이라곤 하나도 없지만, 왕 크고 재료를 아끼지 않은 여러가지 케이크랑 빵이 보기만 해도 훈훈하다.

가격도 훌륭했다.

독일 물가가 폭발적으로 올랐다고 들었고, 이번에 내가 가서 느끼기에도 오 정말 꽤 올랐네 싶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정말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한국이 빵 가격이 세계적으로도 비싼 수준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요샌 정말 너무해서 열이 받을 정도다.

 

초코 크럼블이 올려진 치즈쿠헨

 

나는 거대한 이 초코치즈쿠헨을 사먹었다.

집에서 만든 것 같은 소박한 맛이었다.

 

유명 케밥집

 

배를 채우는 일이 이렇게 귀찮은 일이 될 줄이야.

옛날에 엄마랑 패키지로 유럽에 갔을 때, 프랑크 푸르트에서 4유로 짜리 케밥을 아주 맛있게 사먹은 기억이 있다.

마침 숙소 맞은 편에 엄청 유명한 케밥집이 있다기에 거기서 포장을 해서 숙소로 가기로 했다.

잡지에도 여러번 소개 된 걸 보니 정말 유명한 집인가보다. 

 

대망의 케밥

 

시그니쳐 메뉴를 단품으로 시켜왔다.

얼마나 푸짐한지 약간 오바를 보태자면 족히 1kg은 될 것 같은 무게였다.

내가 미리 말했다. 고수는 빼달라고. 

좋아하면 좋아했지 내가 딱히 싫어할 재료는 없어보였다. 

 

대참사

 

*** 죄송합니다. 너 뭐 돼? 소리 절로 나오게 할 만큼 투덜대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

근데 저기엔 민트잎이 들어있었습니다요!!!!!😱😱

지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구만유!!!

 

중동음식에 민트 많이 들어가는거 몰랐냐고 하면,

뭐 알긴 알지만 안 넣는 음식점도 많습니다요!!!!!! 하면서 마지막까지 대들고 싶다.

어우 난 민트는 사탕, 초코렛, 립밤에나 허용되지 음식에는 안된다.

한입 먹고 바로  포기를 선언. 고기라도 골라 먹어보려고 했지만, 지독하게 짜서 바로 관뒀다. 

누가 봐도 먹음직스럽고 든든할 저 큰 한덩이를 버리는 것에 너무 큰 죄책감이 들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메뉴판에서 재미로 복불복으로 골라 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슨 음료

 

이 음료도 케밥이랑 먹어야징🎵🎶 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하 별로였다. 

 

되는 일 없는 날

 

묵직한 케밥으로 배가 터지게 먹어보려고 했는데,

그 작전이 대실패로 돌아가고 허망해서 침대에 누워서 낮잠을 잤다.

 

호텔 바로 밑에는 베트남 음식점이 있었는데, 꽤나 분위기가 있어서 어린 커플들이 각잡고 데이트를 오는 

분위기라서 어우 거기 앉아서 쓸쓸히 포를 먹고 있는 것도 싫고 아으 그냥 아주 다 싫어. 

(이 정도면 거의 사춘기)

어디 중국집 없나. 포장해와서 내 방에서 티셔츠에 팬티만 입고 먹고싶다고. 

그래서 검색을 했더니, 한 2km 거리에 꽤나 평이 좋은 포장전문 중국집이 있었다.

사진엔 안나왔지만 낮잠 잔 이후에도 빌빌대며 꽤나 많은 걸었던터라 더 걸었다간 이번엔 발목뼈에도 

실금이 갈 지경이었지만, 배를 채워야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 천천히 걷기로 했다.

 

나는 무제한 교통패스가 있었지만 왜 굳이 걸었냐면,

거기까지 가기 위해 내가 탈 트램 정류장을 찾는 것이 나는 더 피곤했다. 

천사처럼 걸었다. 천사처럼 이쁘게 걸었다는게 아니라 최대한 무리가 안가게 설설 걸었다.

그랬더니 또 되게 걸을만해져서 기분 좋게 걸어갔는데... 이런 ^ ^ㅣ.... 

구글맵에선 영업중이라며....  

 

또 만난 민트

 

쒸익쒸익 거리면서 결국 라멘집으로 갔다.

특별해 보이는 이름의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레모네이드가 결국은 레모네이드겠거니 했는데. 

민트가 아주 잔뜩 짓이겨져 나온게 아닌가.

아니 이럴거면 민트에이드라고 하지 그랬냐고!!!!!!!!!!!!!!!!!!!!!!!!! 

아오 씨 진짜. 

 

김치 탄탄멘

 

이번엔 김치 탄탄멘을 시켰다.

김치에 왜 당근을 넣냐고!!!!!!!!!!!!!!!!!!!!!!!!!! (통제불능 금쪽이)

이건 농담이고 당근과 상관없이 이 날도 라멘은 무척 맛있었다.

내 앞에 독일인으로 보이는데 일덕으로 보이는 남자가 혼자 앉아서 라멘을 먹고 있었다. 

보통 덕후가 아니었다. 가방에는 애니 캐릭터를 코팅해서 막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고, 

내가 몰래 지켜봤는데 라멘 먹을 때도 열심히 애니를 봤다. 

이건 취향의 문제니까 내가 뭐라고 할 소린 아닌데 아우 난 미소녀 애니덕후는 괜히 좀 싫은데다가,

자칫 그 사람이 뒤를 돌아봤다가 나를 보면,

그가 평소에 동경하던 아시아미녀인 나를 보면 말을 걸까 싶어 얼른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또 이제야 겨우 2편.

쓰다보니 세상 이렇게 쓸쓸하고 불만 많은 사람 처음 보네요.(ㅋㅋㅋ) 

다음 편 부터는 드디어! 이 여행의 목적인 '데사우'에 갑니다.

 

#1. 아직 백수

 

#2. 20대에 한번 걸렸던 자리에 똑같이 대상포진이 걸렸어요. 20대 때는 별로 안아프고 끝났는데, 

      내 나이 37세. 이번엔 약을 먹어도 세상 욱신거리고 아픈 것. 😭

 

#3.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얘기했지만, 변하지 않는 내 대놓고 유치한  로망 중에 하나가 다니엘 헤니가

      회사 앞에서 퇴근 하는 나를 기다리다가, 나를 발견하곤 이제야 좀 살 것 같다는 미소를 짓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손석구에게 내주기로 했습니다. (2024년의 첫 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