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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GERMANY-BAUHAUS

[독일] 백수의 독일 여행기1 (2023년 6월말-7월초)

by Radhaa 2023. 10. 22.

맥 그리들

 6월 말 부로 완벽하게 퇴사처리가 됐다.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여행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이렇게 쌩으로(!) 노는 마당에 이 때가 정말 기회지 않을까 
싶어 바우하우스 기숙사에서 자보는 소원. 그 원풀이 하러 '데사우 Dessau' 라는 독일의 작은 도시를 메인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가족꺼까지 긁어모으면 유럽행 왕복 티켓이 나오던게 생각나 오랜만에  검색해보니,

마음에드는 날짜에 심지어 돌아오는 날은 비지니스다.

에어프레미야 보고 있던 마당에 아시아나에다가 올때는 비지니스니 완전 오예인 상황. 게다가 나 비지니스 첨 타보는디. 

🤩🤩 정장이라도 입어야 되는거아녀? 
 
나는 여행때마다  나름 치밀하게 준비를 하는 편인데, 보통 필요한 준비보단 불필요한 준비를 하는데 시간 낭비를 다 한다.
(인도여행을 하면서 매니큐어를 굳이 몇개씩 이고지고 다닌다거나 - 예쁘잖아)
옛날엔 필요한거에 불필요한걸 더했다면, 이번엔 불필요한건 없었고, 그나마 필요한것도 안챙겼다.
정말 기대하던 곳이었는데, 막상 날짜가 다가오자 심지어 가기 싫기까지 했다.
입고 갈 옷을 챙기는게 비행기표 끊자마자 하는 일이었는데, 이번엔 숙소 예약만 해놓고 그냥 빈둥댔다.
가기 전 날 오전까지 정말 아무것도 안하다가 밤에 옷 몇개 챙기고, 당일 아침에는 프랑크푸르트 숙소에 어떻게 가야하는지
그것만 급하게 알아뒀다. (프랑크푸르트는 벌써 여러번이나 왔는데 늘 출장으로 와서 내가 뭘 할 게 없었다.)
 
인도 여행 할 때, 종종 들었던 말이 '짐 무게가 전생에 업보'라는 말이었다.
대부분 꼰대들이 단촐한 자기 가방을 자랑하며, 간단하고 명료한 한 줄로  삶의 가르침을 주려는 듯 말해줬었다.
속으로는 어이구 내가 빨간 메니큐어로 야미보이들 꼬실 동안 호텔방에나 계쇼 싶었지만,
(꼬셔진적 없음 주의) 어느 정도 의미는 있는 말이었고, 그 말은 묘하게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어왔는데,
이번에 완벽하게 해방됐다. 내 캐리어는 텅텅비어, 캐리어 무게까지 합쳐 채 8키로도 되지 않았다.
나 이제 어느정도 어른이 된건지, 늙은건지. 

 

아시아나 시그니쳐 - 불고기 쌈밥

20대 때는 무조건 양식이었다면, 이젠 한식이다. 갈 때도 올 때도 무족권 한식을 먹고 싶다.
뭘 먹겠냐길래, 불고기 쌈밥을 골랐다. 채소가 싱싱한 건지 억센 건지 뭐 그럭저럭 먹었다. 
생각해보니 여행준비를 안한것도 아니다. 나는 13시간의 비행을 위해 비행기 탑승 직전에, 
몇 편의 넷플릭스 시리즈를 저장하고, 아무거나 인기가 제일 많다는 오디오북 한 권을 저장해왔다.
나는 근심의 바다에서 허우적댔다. 오래 묵은 근심이 하나, 중간급 근심이 서넛, 그 외 자잘한 근심이 239만개. 
나의 자세한 사정이나 처지를 모르는 블로그 이웃들의 잘 지내냐는 인사는 그렇게도 반갑고 좋은데, 
막 퇴사한 회사의 친하게 지내던 동료의 문자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나는 그 친구와 연락하고 지낼 생각이 없었다. 그 의사도 분명히 밝혔건만 며칠에 한번씩 연락을 해오는 것이다.
답장을 안하면 안한다고 지랄, 하면 늦게 한다고 지랄. 그 애가 좋은 애건 말건 내가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
누가 봐도 상대가 이렇게 껄끄러워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러냐는 말이다. 
 
나는 어쩌면 여행보다 누가 죽었다는 연락도 받을 수 없는 그 13시간이 간절했다. 
잠도 밤비행기가 아닌 이상 잘 못자는데, 이번엔 커피에 수면제라도 탄 마냥 식사 마지막 커피 서빙이 끝나고,
길게 길게 잠을 잤다. 잠을 자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다. 이게 쉬는건가봐.
좁지만, 좌석을 뒤로 재끼고 몸을 웅크린 다음에, 담요를 덮으니 편했다. 그렇게 내리 잤다.
잠시 깼을 땐, 구의 증명이라는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구'와 '담'의 이야기가 매 순간 사랑이었다. 너무 사랑인 탓에 나는 당장이라도 뭐든 해야할 것 같았다.

가능하다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싶은.(강제로 열 생각 없음) 그렇게 뛰어내리면 나는 아마 풀풀 날아서,

내 연인의 창문으로 쑥 들어가 놀란 그에게 안겨 얼굴을 쓱쓱 부빌테다.

내가 니 생각이 나서 무려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여기로 왔다고 하면, 걔는 그럴거다.에구, 다음 비행기는 탈 수 있대? 
 
나는 왜 이런 애들만 만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왜 이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고 아련할까. 

왜 크림이 잔뜩 든 빵을 먹여주고 싶을까. 독일에 도착하면 카톡이 와있겠지? 싶어 잠결에도 웃었다.
 
(최근에 Bones and All 이라는 영화를 보고 감탄을 한 적이 있다. 근데 그 내용이 이 '구의 증명'과 아주 유사하다.
구의 증명 초판이 2015년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구의 증명을 참고 한게 분명한 것 같다. 진지)
 

해산물 덮밥

뭘 먹을거냐고? 당연히 매운 '해산물' 덮밥이다. 
그랬더니 나온 것은 그냥 낙지덮밥이었다. 의외로 맛있어서 한그릇 뚝딱했다. 

 

네임택

떠나려고 보니 네임택도 뭐 없어서 그냥 집에 굴러다니던 핑크리본 하나 둘렀다.
8키로도 안나가는데다,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리본의 조화가 왠지 심상치 않아보이고 있어보인다. 

 

추억의 장소

처음 패키지로 엄마랑 유럽여행을 했을 때도, 출장을 왔을 때도 늘 이 장소에서 모여서 어쩌구 저쩌구 한참 들었다.
늦게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와중에  꼭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내로 가는 티켓

독일은 따로 티켓을 개찰구에 찍거나 하지 않고, 검표원이 무작위로 티켓 검사를 하는데,
이 때 걸리면 티켓의 50배를 물어야 한다고 하니 반드시 표를 끊어야 한단다. 
아무튼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인지 미리 블로그에서 봐놨음에도 불구하고, 
저 티켓 한장 끊기를 한참을 해맸다. 어르신들이 음식점에서 키오스크 주문에 많이 힘들어 하신다고 하던데, 
처절할 정도로 이해가 갔다. 이건 못하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ㅠ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어찌저찌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내렸다.
여긴 낮엔 참 밝고 북적거리고 별 사람들이 다 있다.
마치 세계의 작은 축소판 같다. 

 

The Corner Hotel

중앙역 근처긴 하다. 가기까지 훤한 대낮인데도 갑자기 내 텅텅 빈 캐리어를 들고 뛸거 같은 무리며,
다짜고짜 내 에어팟을내놓으라고 할 것 같은 몇 무리를 지나왔다. 
이전에 몇 번이나 혼자서 지나다닐 때도 무서운 느낌이 없었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무서울까. 
그래도 이 대도시에 어울리는 더 코너 호텔이라는 이름이 너무 세련되게 느껴진다. 
호텔의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초라한 리셉션이 나온다.
리셉션의 첫인상과는 다르게 맘에 쏙 들게도 1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체크인을 마쳐주었고, 필요한 모든 정보도 다 주었다.
초라한 리셉션 + 똘똘한 매니저 + 세련된 이름 = 과연 룸상태는 어떨까 싶었는데, 역시 룸상태도 맘에 든다.
초록이 보이는 창문, 단촐한 가구들이 적당히 좋았다. 

 

오랜만이다. REWE

4시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는 스케줄이라서, 아직도 날이 훤하다. 
그냥 호텔에 쳐박혀 있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러기엔 아쉽기도 하고, 물도 사야해서 일단 나왔다.
마트만 보면 그저 반갑다.

 

탄산수

유럽은 물 종류가 많아서 재밌고 좋은데,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무턱대고 싼 걸 고르면 정말 물맛이 이상할 때도 있더라.
뭔지 모르고 골랐는데, 탄산이 엄청 셌다. superprickelnd이 아마 super sparkling 그런 뜻인가 보다.

 

209호

307호, 1501호, 1402호, 302호, 109호 유난히 기억나는 호수들이 있다.
난 109호가 개인적으로 맘에 들어서, 나중에 까페라도 열면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양, 약간 홍콩영화 느낌으로다가
Cafe 109 이렇게 하거나 Radha Dhaba 라고 싶었는데, 까페는 커녕 지금은 월급쟁이가 제일 낫다는 입장이다. (자신없음)

 

모벤픽

어디에서나 모벤픽은 고급이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달콤한 과일 요거트가 먹고 싶어서 마트에서 한개 사서 들어왔다. 

 

역시 모벤픽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아.
바닐라빈이 콕콕 박힌 달콤한 요거트에 부드러운 망고잼이라니. 

 

샐러드

REWE에서 파는 여러가지 샐러드는 가격도 싸고 먹음직스러워서 꼭 한 팩 사고싶다.
결국 이 샐러드를 사와서 구의 증명을 듣고 또 들으면서 먹었다. 
 
뭔가 불안하긴 했는데 등신같이 잘 때 입는 바지를 안가지고 왔더라. 
(정확히 말하자면 숙소에서 입고 있을 편한 바지)
샤워하고 티셔츠에 팬티만 입고 입자니 불편한 것도 불편한 거지만 에어컨 때문에 춥기도 해서 이불을 끌어다 덮었다.
(독일 여행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 에어컨이 있는 숙소였다.) 

 

누군가의 진주 귀걸이

여름의 유럽은 정말 지겹도록 해가 지지 않는다.
대충 오후 9시쯤인가에 잠이 들어 새벽 4시쯤에 일어났다.
왜 난 숙소용 바지를 가지고 오지 않았을까.
티셔츠에 맨다리로 방을 돌아 다닐려니 나의 색시함은 폭발 했는지 몰라도, 영 어색한 것이 불편했다.
아무튼 세수를 하고 핸드폰 충전을 한다고 콘센트를 찾다가 어떻게 하다보니 조명 밑에서 누군가가 놓고 간 걸로 보이는
진주 귀걸이 한쌍을 발견했다. 아이고. 
귀신 얘기 듣는게 취미인지라 원래 있던 전등 밑에 다시 숨겨놨다. 

 

새벽 5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새벽의 중앙역은 아주 가관이었다. 
나를 갑자기 부르더니 자기가 10센트가 8개 있으니, 네 1유로랑 좀 바꿔달라는 녀석부터,
빵하고 커피만 살라치면, 약을 했는지 좀비같은 걸음으로 따라다니면서 자기도 사달라는 사람까지. 🤦‍♀️🤦‍♀️
아무튼 이 날은 베를린에 가는 날.

 

자주 애용하던 Ditsch

나는 독일어를 내 맘대로 읽고 다녔는데, 이건 딧쉬다. (원 발음은 딧치라고 합니다. ㅋㅋㅋ)
아무튼 그나마 사람이 많이 있던 딧쉬에서 나도 겨우겨우 빵이랑 커피를 샀다. 

 

플랫폼에서 즐기는 Kaffee

습도가 높지 않은 유럽의 여름은 아침에 꽤 춥다.

 

ICE

와 독일 기차여행이다! 그리고 베를린으로 간다. 
베를린에 대한 기대가 컸다. 
뭔가 엄청 자유로울 것 같고, 사람들 합리적이고, 남자들은 다 머리 길고(머리 긴 남자랑 한번 사겨보고 싶은 비밀이 있다.)
모두들 스케이트  보드나 자전거를 타고, 그 와중에 가게들은 소박한데 힙하고, 특별하게 멋지게 입은 것도 아닌데 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들 녹아있는 모습들.
아 나는 얼마나 거길 두리번 거리면서 처음 온 티를 낼까. 

나의 '독'구

나는 한참을 '구의 증명'에서 헤어ㅍ나오지 못하고 왜인지 아린 가슴을 안고 다녔는데, 이날도 계속 그랬다.
늘 기차 옆에 손석구가 앉길 바라지만, 제대로 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나마 이번엔 빈자리였다. 
앞자리에는 이민자로 보이는 남자가 앉았다.
나라 떠나 독일로 왔으나, 할 건 없고 믿었던 고향친구에게 배신과 사기 등등 산전수전 다 겪고 겨우겨우 자리 잡아 한다는 일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철모르는 어린 여행자들한테 대마초나 팔면서 길거리에서 시시덕 거리는 일.
그날 번 돈은 대부분 저축해서 나라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고 자기는 싸구려 맥주나 몇 병 사마시고 밤새 유튜브나 보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들었다가, 오후가 되면 다시 중앙역으로 기어나오는 그런 스토리를 가졌을 듯한 남자였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는지 눈은 뻘겋게 피곤에 쩔어있었고, 내가 했다간 두드러기가 날 것 같은 짜가 목걸이는 그를 한층 더
중앙역 날라리로 보이게 했다. 
그는 왜인지 불안한 모습이었다. 나는 속으로 설마 이 사람이 티켓없이 탄걸까. 싶었는데 그렇다기엔 또 나랑 눈이 마주치면, 
저 도토리 같은 뒤통수를 쓱쓱 문지르면서 씨익 웃는 것이 내 편견인가 싶게 만들었다.
나는 이 사람을 나의 '독일 구'로, 그래서 '독구'로 부르기로 했다. 
작은 소란이 있어서 나처럼 역방향으로 앉은 사람들은 다 뒤를 쳐다봐야 하는 일이 잠시 있었는데, 독구도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나한테 별일 아니니 걱정 말란 얼굴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웃었다.
그는 중간에 카푸치노를 한잔 사마셨고, 기차표 검사도 모두 통과했다. 
독구는 나보다 좀 일찍 이름도 기억 안나는 작은 역에서 내렸고, 내릴 때 날보며 슬쩍 웃으면서 내렸다.
독구 잘가. (약간 사랑했어)

 

베를린역

드디어 베를린 도착. 
역이 엄청 크다.
 

숙소 가는 길
HOTEL ZARENHOF

베를린에서의 숙소는 호텔 자렌호프. 

발코니가 있고, 발코니엔 빨간 제라늄 꽃이 피어있는 사진들이 맘에 들었다. 

에어컨이 당연히 있겠거니 했는데 없었고, 방이 의외로 고풍스러웠다. 

그런데 들어가는 문이 굉장히 이상한 호텔이었다. 나중에 소개하겠다. 

 

마우어 공원 - 일요일 벼룩시장

이거 때문에 고민고민해서 일정을 짰다. 

일주일 중에 일요일만 마우어 파크에서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그 규모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난 그릇 시장이 제일 기대됐고, 잘 하면 빈티지 옷이라도 하나 건져볼까 싶은 마음이 있었다.

숙소에 짐 풀자마자 바로 마우어 파크로 갔다.

 

그릴드 부어스트

배가 고파서 일단 푸드트럭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가장 무난해 보이는 소세지를 하나 먹었다.

한국음식도 있었고, 별별게 다 있었는데 다 양이 우람했다.

혼자 여행하면 딱히 들뜨지도 않고 흥분감도 없어서 그런지, 입맛도 없다.

돼지답게 소스를 많이 뿌렸다.

결론 : 짜다. 

 

빈티지 그릇 시장

빈티지 그릇을 파는 장이 대단했다.

내가 진심으로 기대하던 순간이었다. 근데 생각보다 마구잡이로 담겨있어서 전부 보기엔 꽤나 힘들었다.

게다가 날씨는 얼마나 더운지 가방을 맨 등은 땀으로 펑 젖을 지경이었고, 숨쉬기도 답답할 지경이었다.

 

우리집의 그릇 취향이라면 쯔뷔벨 무스터다. 

내가 어릴 때, 엄마가 큰맘 먹고 백화점에서 머그컵을 사왔었는데 그게 쯔뷔벨 무스터였고다.

손잡이와 입 닿는 부분에 금으로 테가 둘러져 있었는데 무슨 왕실에서 쓰는 것 같은 멋진 컵이었다.

2개를 샀는데 한개는 초반에 깨져버렸고, 한 개는 아버지 전용으로 10년이 넘도록 썼는데 안에 금이 가는 바람에,

다른 브랜드의 다른 컵으로 바꿨는데, 저 금테가 들어간 건 아무래도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 말로는 제조국이 체코로 바뀌면서 영 별로가 됐다고 한던데, 맞는걸까? 

 

아무튼  난 화병이 주로 탐났는데, 다 이고지고 다닐 수도 없고해서 그냥 기념품 느낌으로 커피잔 세트 한개 샀다.

의문인건 이건 독일젠데 금테는 커녕 얇고 되게 후져보였다. 

하지만 일반 커피잔보다 작고 귀여운게, 이걸 볼 때마다 베를린을 떠올리겠지 싶어 그럭저럭 기뻤다.

 

⬇ 그 머그컵. 얼마나 오래썼는지 다 닳았다. 왠지 버릴 수 없어 장식장 한켠에 두었다. (아버지 살아계심)

잠시 쉬는 시간

이때부터였다. 

새큼한 탄산 음료가 그토록 마시고싶기 시작한게. 

일요일이라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았는데 마우어 공원 밖에 무슨 bio 어쩌구 하는 가게 하나만 문을 열었길래 드디어,

원하던 스타일의 음료를 얻게 됐다. 

백향과 맛이고, 진짜 짜릿하게 시원했다. 

 

BONANZA COFFEE

베를린에서 꼭 가봐야 할 까페가 2개 있단다.  하나는 BONANZA, 나머지는 THE BARN. 

돌아다니다가 사람이 많은 곳이 있길래 뭔가 했더니 보난자 커피다.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동료애를 배경으로 하는 외로움이고, 제일 좋아하는건 동료애를 배경으로 하는 외로움이다. 

(여행의 기술  中 - 알랭 드 보통)

내부는 후덥지근하고 답답해서 밖에 앉고 싶은데, 다덜 하하호호 하는 사이에서 나만 멀턱하니 앉아있고 싶지 않아 내부에서 호록 마셨다.

 

Filter coffee

필터커피가 그냥 brewed coffee 겠거니 해서 시켰다.

워낙 더운 날이고, 얼음이 빨리 녹는 탓에 정확하진 않겠지만,

산미가 강했고, 엥 이거 커피야? 할 정도로 좀 생소한 맛이었다. 

커피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만큼 가볍고 특색있는 맛이었는데, 나한테는 그저 그랬다. 

 

베를린 거리

새삼스럽지만 베를린에 와서 느낀 건 세상 이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게다가 뭔가 같은 독일 사람들이라도 베를리너들은 더 합리적이고, 자유롭고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는 듯해 보였다. 

퇴근시간에 자전거로 쾌속질주 퇴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얼마나 장관인지 모른다.

그 중 최고는 트램에서 엄청 커다란 바나나 브레드 한덩이를 휴지에 싸들고 타서, 서너 정거장 지날 동안 뚝딱 해치운 것.

어지간한건 다 되는 도시. 어디든 안되겠냐만은 여기는 걱정없이 다 되는 도시. 

 

단, 자전거 도로는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 베를린은 자전거의 도시고 자전거도로에 대한 개념이 확실해서 저기서 얼쩡대다간

큰일이다. 나는 자전거도로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서 어쩌다 보니 자꾸만 자전거도로에서 걷는 실수를 해서 주변 아저씨들에게

두 세번이나 상냥한 지적을 받았다. 그 후에는 무심코 걷다가도 자지러지게 자전거도로 확인함. 🚴‍♂️🚴‍♂️

 

트램

무계획이므로 트램을 타고 대충 여기저기 다녀보기로 한다. 

트램을 탄다. 

 

Hackescher Markt

나는 여기를 개인적으로 '해커스 마켓' 이라고 불렀는데(ㅋㅋㅋ), 제대로 된 발음은 '하케셔 막트' 라고 한다.

하케셔 막트 역이 있고 그 주변으로 식당과 다양한 상점들이 있다. 

 

Cafe Cinema

여기는 딱 봐도 뭔가 있어 보이길래 뭔지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라피티랑 까페로 유명한 까페 시네마 라는 곳이란다. 

안에는 근사한 까페도 몇 개 있으니 가보세요.(내가 갔으니 모두들 다 들를 수 있겠지.)

 

호텔 들어가는 법

사실 이 문보다 전에 작은 문 하나가 더 있다.

⬇⬇아래 사진에서 하얀 문으로 들어가면 호텔 내부로 이어질 것 같지만, 사실은 왼쪽에 말도 안되는 조그만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위와 같은 또 큰 문이 나오는데!

그 큰 문을 지나가면 또 이런 길이 나온다. 

여기는 그냥 일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느낌이다.

그리고 저 길을 지나가면 그제야 호텔이 나온다. 도대체 어떤 연유인지? 

원래는 저 아파트를 호텔로 개조한걸까? 

그래도 저 길을 지나는 동안 새소리도 나고 기분이 참 좋았더랬다. 

 

내부

내부는 생각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독일은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서는 그럭저럭 시원했는데, 그래도 더웠다.

발코니 창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맞은편에 지내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해서 좀 신경이 쓰였는데,

그럴 때마다 숙소에서 입는 편한 바지를 가져오지 않은게 열터졌다. 

 

발코니

베를린에 도착한 날이니, 이 정도로 구경 먼저 하고 잠시 쉬다가 다시 나가기로 했다.

다른 발코니보다 내 제라늄은 아직 덜 피었네. 치.

 

독일 여행 다녀오고 나서, 꽤 지났는데 포스팅 하나 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릅니다요.

1편을 겨우겨우 올립니다. 

 

#1. 아직 백수입니다.

#2. 집안일 하느라 백수가 체력적으로 더 힘듭니다. 

#3. 좀 더 놀아야지.

 

다들 잘 지내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