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청 쪽으로 걸어가는 길에 요즘 취향의 까페들이 몇 개 있다.
요새 까만 고양이를 자주본다. 고양이는 역시 까만고양이가 최고인 것 같다.
와 오랜만에 냉면. 난 평양냉면집 제육은 냉제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긴 뜨끈하게 보쌈처럼 나온다.
이번 설에는 왠지 사과가 선물로 많이 들어와 애플파이 도전.
애플파이는 남이 해준거 먹으면 맛있는데 내가 하면 여러가지 걱정거리가 많아 늘 미뤄두고 있던 거였다.
1. 사과를 아무리 달게 조려도 부족하다.
버터랑 설탕을 때려넣고 졸여도 매번 뭔가 부족한 맛이다. 그냥 다짜고짜 시고 달다. 맛있게 시고 단게 아니라.
이번엔 그 언젠가 만들어뒀던 카라멜이 잔뜩 남아있어서 카라멜이랑 같이 사과를 조렸더니... (물론 시나몬도 넣음)
그제야 좀 기분 좋게 새콤달콤한 것이 시중에 파는 것 같은 풍부한 맛이 났다.
2. 파이지
파이지에 늘 자신이 없다. 하지만 얼마 전에 스콘 반죽을 쉽게 해냈으니까 잘 되겠지.
결과 : 와 꽤 훌륭했다. 파이지도 그럭저럭 잘 됐고, 졸인 사과만 넣은게 아니라 이번엔 그 커스터드 크림까지
중간 중간 넣고 구웠더니 더 훌륭했다. 한마디로 애플 커스타드 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비밀인데 내가 커스타드 크림 되게 좋아한다.
파이지도, 졸인 사과도, 커스타드 크림도 남아서 다음 날 작게 한판 더 구웠다.
파이지가 그래도 남아서 이름을 올려서 구웠다.
구워놓고 나니 생각보다 귀여워서 사진을 잘 찍고싶은데 어떻게 해도 안되는게 아닌가.
그래서 생각한게 '내 방에서 귀여운거 가져다가 같이 찍어야지' 였는데...
되게 놀라웠던게 내 방에 들어가보니까 귀여운 게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어거지로 짜내보니 바트할배가 보내준 캥거루 인형 정도..?
하지만 이게 뭐 호주 특산물 파이도 아니고, 캥거루 인형과 사진 찍긴 싫어...
그나마 지난 러시아 여행에서 사온 마뜨료시카 자석이 귀엽길래 냉장고에서 떼서 사진 찍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지지난 금요일부터 허리가 아픈거다. 남들이 말하는 그 '삐끗'한 증세.
한의원도 가고 했는데 별 소용도 없고, 그냥 고대로 누워 쉬는게 베스트라는데,
난 정말 한시도 가만히 못 있는 타입이라 기어이 아버지 나갈때 차를 얻어타고 나가 까페에서 라떼.
설 선물로 또 홍어가 들어왔다.
아버지가 매번 새롭게 좋아하시니 뭐 어쩔수 없고, 선물 주시는 분께도 감사하지만.. 그렇지만...
가끔씩 백화점 식품관에서 과자 같은걸 산다.
설 연휴 전 금요일에 명동 롯데에 가서 과자를 고르는데...
어떤 할머님이 나를 쫓아다니면서 내가 집는 과자마다 그거 맛있냐고 계속 물어보시는거다.
내가 대학생 때부터 여기 지하에서 과자를 사온 경험상, 이런 할머님들이 종종 있어서
나는 적극적으로 대답해드리는 편인데, 이 할머니는 진짜 계속 옆에서 뭘 물어보는거다.
어느 나라꺼냐, 브랜드가 어디냐 등등.
어느 나라꺼냐는 것 까지는 이해하는데.. 브랜드가 어디냐고까지 물어볼 땐 좀 짜증이 났다.
안그래두 먹고싶었는데 설선물로 들어와서 먹었다!
아주 달고 맛있었다. 크림치즈나 버터 그리고 견과류랑 먹으면 더 맛있겠다.
점심시간에 영등포에서 빌빌대다가 올리브영 들어갔는데 새로운 과자 발견.
이름처럼 비스킷에 트윅스 올린 그런 거. 이건 맛있습니다. 마스 라는 회사 꺼구요.. 폴란드 제조라고 하네요.
이거 때문에 찾아보다보니까 그냥 트윅스는 네덜란드 제조다. 마스 네덜란드.
막내가 아침에 와서는 뜬금없이 아메리카노랑 바닐라 라떼 중에 고르라길래 아메리카노 골랐다.
저 플레이모빌 사려구 두잔 샀단다. 플레이모빌은 그냥 같이 놓고 찍었다. 나도 인싸인 것처럼...
아...저런걸 평소에 좀 샀으면 애플 파이 사진 찍을 때 요긴했을텐데...
진짜 나이가 들었나. 저런게 이제는 하나도 사고싶은 마음이 없다. 과자면 몰라두...
도서관이 다시 개장해서 요새 자주 가는데 견주분이 요렇게 잠깐 묶어놨나보다.
아유 귀여워. 근데 애가 되게 안절부절 못하는 느낌이었다.
아버지 왈 : 도선사 맷돼지가 보고시퍼...... 그 녀석과 정이 많이 들어버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맷돼지 딱 한번 봤는데, (밥은 여러번 놓고왔지만) 언제 정이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구정이고 하니 도선사를 갔다.
근데 진짜 입구부터 사람들로 대만원이었다.
결국 못들어가고 근처 화계사에 들렀다. 개인적으로 난 화계사가 정말 맘에 든다.
절도 결국은... 돈의 논리가 적용되는 곳이라, 아무래도 인기가 많고 돈이 많이 모이는 절은 수리도 많이하고,
탱화도 새로 복원하고 그러는 것 같은데 여긴 모든게 다 그냥 오래전 그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서 좋다.
법당 내부 탱화도 여긴 다른 절하곤 다르게 좀 특이하고 멋있다.
여기 고양이 세 마리가 아주 인기스타 인듯.
노란색 고양이가 애교가 많고 그래서 먹이도 많이 얻어먹는지 살이 퉁퉁 쪘고 이 아이는 새침하고 냉랭했다.
오른쪽 눈에 염증이 있는지 눈이 좀 불편해보였다.
밤 늦게 집에 들어온 날.
로스트 치킨이 있길래 그 닭가슴살하고 사워크라우트, 치즈도 넣고 빵 안쪽은 피리피리소스 섞은
마요네즈를 듬뿍 바른 다음에 겉은 버터 녹인 팬에 바작하게 구워 먹었다. 맛있었다.
예뻐서 한캔 사다둔 게 있길래 마셨다.
동그랑땡을 안주로 마셨는데 뭐 그저 그랬다.
아버지 일 있으시다고 해서 나도 따라갔다. ( 내 나이 36세...)
아버지 기다리며 오랜만에 어두운 종로 여기저기 혼자 걸어다녔는데 정말 좋았다.
추리닝에 운동화 신은 덕에 걷기 편해서 무척 좋긴 했는데 누구 만날까봐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난 종로에서 여기가 제일 좋다.
저 사진 찍을 때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음악 사이로 무슨 소리가 나서 음악 꺼보니까,
저 까페 안에 개가 나를 보고 어찌나 짖던지....
어두운 인사동 골목이 광광 울릴 정도여서 얼른 빠져나왔다.
난 돈화문 앞으로 죽 난 돈화문로가 참 좋던데.
이 날은 거기까진 좀 애매해서 삼일대로를 걸었다. 여기로 쭉 가면 안국역 5번 출구가 나온다.
아 처음 보는 남자랑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만나서 돈화문로를 걷고싶다.
난 이 가게만 보면 웃긴게, 내가 20대 초반인가, 아버지가 여기 데려가주셔서 이 가게를 가본 적이 있다.
우리집에선 돌솥밥을 매일 해서 솥밥이 그렇게 특별할 게 없던데다가, 버섯솥밥이라고 해서 시켰더니
양송이 몇조각 얹어서 나온 돌솥밥은 내가 보기엔 정말 이상했다.
그땐 된장국도 안줬던 것 같은데(아닌가, 기억도 안난다) 아무튼 오징어 젓갈이랑 단무지 반찬이 쥐똥만큼
나왔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그게 이해가 안가서, 그 반찬을 밥 한술에 홀랑 먹어버리고는
반찬 좀 더 달라고 했더니, 종업원의 경멸어린 눈초리가 아직도 기억난다.(ㅋㅋㅋ)
그런 식이었다면 아마 반찬을 열번도 더 달라고 했어야 했을거다.
나이 들고보니(!), 솥밥 그 밥 자체의 구수함으로 먹는거고, 반찬은 어쩌다 한번씩 간간히 곁들이는 그런
모양인가보다. 이래나 저래나 재수가 없는 가게였고, 그 이후론 한번도 간 적 없다.
이걸 쓰면서 찾아봤더니 불친절함에 치를 떠는 0.5점의 별점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걸 보니 여전한가보다.
겉에서 볼때 분위기는 정말 너무 좋아서, 나는 아직도 여길 지나칠 때마다 좋은데 동시에 웃긴다.
조계사 앞 불교용품 전문점이 늘어선 길거리도 점점 정리가 되는 듯 하던데...
초딩 때 이 가게에서 과자 사먹으면서 예불 보는 아버지를 많이 기다렸다.
지금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그때 나는 대웅전 안에서 과자를 우적우적거리면서 잘도 먹었다.
씹는 소리가 꽤 컸을 텐데 다들 어떻게들 참으셨는지... 감사할뿐.
아무튼 여름엔 지금하고 다르게 대웅전 모든 문을 다 활짝 열어놨었고, 나는 사람이 좀 덜 다니는 쪽 문에
기대서 밖을 보면서 과자를 먹어댔는데, 지나가던 스님이 장난으로 나한테 과자 한개만 달라고 했던 생각이
난다. 어린 맘에 스님이 과자를..?! 하는 생각이 들어 눈을 동그랗게 하고 스님을 쳐다봤더니 스님이 엄청 웃으셨던
기억이 난다. 내가 얼마나 귀여웠을까...
아무튼 그때 길광상회 할머니는 그때도 할머니였는데 지금은 어떨런지.
설 당일에 고수레 개념으로 전이랑 산적같은거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뒷산에 가져다 놨는데,
멧돼지가 그거 먹었나 확인하러 간다고 해서(ㅋㅋㅋ) 이번엔 사과,당근,바나나 썰어서 챙겨드렸다.
가봤더니, 전이랑 산적은 싹 사라졌는데 바나나만 남아있었다고 한다.
바나나는 싫어하나????? 그럴리가 없는데..
동네를 여기저기를 걷기로 했다. 색 조합이 마음에 든다.
되게 귀엽고 심플해서 좋은데 무슨 뜻인지 나는 모르겠다. 위험하단 뜻인가?
이 날은 연신내까지 쭉 걸어내려 갔다가, 독바위역 근처의 북한산 둘레길을 돌아 집으로 오는 코스였다.
(코스랄것도 없이 그냥 내가 가고싶은 대로 걸은거지만)
아무튼 그렇게 마구 돌아다니다가 어떻게 하다보니 불광사라는 곳까지 닿게 되었다.
조계종은 아니구 태고종 소속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살림집이 옆에 같이 크게 있다.
찾아보니 불광동 지명의 유래가 이 절에서부터 온거라는데... 보아아니 역사가 깊은 절 같은데 정보가 없어서
알 수가 없다. 궁금.
여기는 아마 그린벨트로 묶여있나 보다.
아 여기에 땅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저기 큰 나무 아래 있는 저런 스타일의 집을 짓고 싶은데..
아마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에 이렇게 새집을 지어올렸을까?
여기 자체가 개발이 아직 덜되서 낡아빠진 판자집이 대부분인 곳인데 이렇게 작지만 짬진 집을 누가 지었다.
보아하니 돈도 얼마 안들었을것 같은데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마당이 엄청나게 부럽다...
집에 가서 우리도 저기에 남의 집이라도 사자고 졸라댔는데.. 팔 사람이 있을까?
다 쓰고 보니 무려 3개의 절 사진이 있다. 조계사 화계사 불광사
이건 뭐 반은 비구니라고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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